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연준이 '매파(강경파)'로 돌아설 가능성을 제기했다. 연준이 금리인상 기조에서 발을 빼고 '비둘기파(온건파)'로 변신한 건 물가상승 압력이 낮다는 판단 때문이었는데, 미국의 대중 폭탄관세 공세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거세지면 금리인상 압력도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 확전 우려로 이미 홍역을 치르고 있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달대비 0.3% 올랐다. 1년 전 같은 달에 비해서는 2% 넘게 올랐다. 가격 변동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월대비 0.1%, 전년동월대비 2.1% 상승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기대만 못하다는 이유로 금리인상 행보를 중단했다. 동시에 낮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자칫 소비심리를 냉각시키지 않을까 경계해왔다. 물가상승 압력이 계속 낮은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기대가 소비를 미루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WSJ는 미·중 무역전쟁이 연준의 인플레이션 기대를 곧 충족시킬지 모른다고 관측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날 연간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폭탄 관세율을 10%에서 25%로 높인 게 미국의 수입물가를 띄워 올릴 것이기 때문이다. 도이체방크는 중국이 위안·달러 환율을 조정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추가 관세 조치로 미국의 근원 물가상승률이 0.4%포인트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연준의 금리인상 명분을 뒷받침하기 충분하다.
미국 기업들이 관세 부담이 큰 중국산 제품의 대체물을 찾으면 물가상승 압력을 그만큼 덜 수 있겠지만, 의존도가 워낙 높아 여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는 앞으로 3~4주에 걸친 추가 협상에서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아직 폭탄관세를 매기지 않은 연간 3250억 달러어치의 중국산 제품에도 25%의 추가 관세를 물린다는 방침이다. 미국이 수입하는 모든 중국산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가 붙게 되는 셈이다.
WSJ는 그럼에도 연준이 대중 폭탄관세에 따른 가격상승을 이유로 연내에 금리를 인상하지 않기로 한 정책 기조를 재고할 가능성은 없다고 봤다. 수입물가 상승을 일시적인 요인으로 보기 쉽고, 대중 폭탄관세 조치 자체가 중국의 보복 등으로 인해 미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경제적 역풍이 연준의 금리인하를 자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CNN은 최근 미·중 무역갈등으로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져 고용불안이 커지면 경기둔화 우려로 연준이 금리를 내려야 할지 모른다고 봤다.
WSJ는 그러나 연준이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을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행동을 자제할 수 있다는 건 무역전쟁으로 성장세가 둔화하거나 시장이 무너져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최근 금리인상 행보에 제동을 건 것이 마치 투자자들의 친구인 듯 보였지만, 곧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