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거의 모든 중국산 제품에 관세 부과 방침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10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남아 있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 절차를 개시하도록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의견 수렴 절차와 관련 세부사항 등이 오는 13일께 공표될 예정이다. 관세 부과 날짜와 대상 품목 결정 등을 고려하면 실제 관세 부과까지 2개월 이상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USTR은 앞서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약 2000억달러(약 235조60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적용하는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했다. 여기다 추가로 3000억달러어치 제품에 관세를 매기게 되면 사실상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거의 모든 제품이 고율 관세를 감내해야 한다.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해 관세 부과 결정을 내린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네 번째 관세 폭탄이 적용될 품목은 약 5700여개 제품으로 이 가운데 약 40%는 소비재가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 스마트폰인 아이폰 등 휴대전화와 PC, 장난감 등 다양한 생필품도 포함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여름 이후 지속적으로 추가 관세 부과로 엄포를 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9~10일 이틀간 미국과 중국은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추가 협상이 가능하다는 여지를 남겼다. 협상이 재개된다면 미국산 농산물의 수입량을 늘리도록 중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앞서 중국은 무역 협상이 타결될 경우 대두(콩)와 옥수수 같은 미국산 농산물의 수입을 늘릴 수 있다는 뜻을 나타냈었다.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어 농업과 제조업은 주요 지지 기반이다. 내년 대선에서 연임하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핵심 지지층인 농업계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농업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재차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미국 농산품을 구매하고 지원해주는 것을 기다리기 지겹다"고 불만을 표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 경제도 타격..."美연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이번 협상이 결렬됐다고 해서 미·중 관계가 완전히 파국을 맞은 것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류허 중국 부총리와 미국 측 협상단에 속해 있던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도 각각 기자들과 만나 "협상이 건설적이었다", "상당히 잘 진행됐다" 등의 평가를 내리면서 추가 협상 가능성에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상세한 협상 일정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블룸버그통신 등은 한 달 이내로 추가 고위급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중국산 화물이 선박을 통해 미국에 들어오는 데 3~4주가 걸린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다만 향후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불확실성이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이 연달아 관세 폭탄을 준비하고 있는데다 중국도 핵심 사안에 대해 양보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탓이다. 특히 미국의 법률 개정 요구에 대해서는 갈등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은 불공정한 통상·산업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중국의 법률을 개정해 무역 합의문에 명문화하기를 요구하고 있지만 중국이 이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중 갈등이 경제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단 미국의 관세폭탄으로 중국 수출업계뿐 아니라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도 피해를 볼 것이라는 관측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對)중국 관세율 인상으로 인해 400억 달러 규모의 소비재 가격이 더 비싸질 것으로 내다봤다. 추가 관세 부과 품목에 의류와 장난감, 신발 등 일상 생활과 밀접한 품목이 대거 포함돼 있는 탓이디.
한편 미국의 관세 인상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관세 인상으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이 고통을 겪는다면 연준이 금리 인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시장에서도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를 계기로 연준이 연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