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산업구조 고도화 정책을 추진, 수출상품이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기술집약형 구조로 전환됨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 양국의 수출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에서 나온 조언이다.
산업연구원은 12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한중 수출경합관계 및 경쟁력 비교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시장에서 한·중 수출품목간 경쟁의 정도를 측정하는 수출경합도(ESI) 지수는 2007년 0.367에서 2016년 0.391로 상승세를 보였다.
수출경합도는 1에 가까울수록 양국간 수출구조가 서로 유사하며 경쟁관계에 있다는 뜻으로 2017년 현재 중국과 수출품목 구조가 최소 37% 겹친다는 의미다.
산업별로는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력 수출산업에서 2010년대 들어와 중국의 경쟁력 향상으로 한국과의 수출경합관계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자동차의 경우 완성차분야에서 중국의 중형차 수출비중 상승과 부품에서 중국산 제품의 기술 향상으로 경합관계가 꾸준히 증가했다.
조선에서 한국은 탱커(유조선,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의 수출이고 중국은 화물선 등 중저가 선박 위주였으나 점차 중국의 탱커 수출비중이 상승하고 있다.
단, 전자부품·가전·통신기기 등 전기전자산업은 중국산 제품과의 차별화 등으로 오히려 경합지수가 하락했다.
컴퓨터의 경우 한국의 수출구조는 노트북 등에서 차세대 저장장치(SSD)로 바뀐데 비해 중국은 컴퓨터 본체의 비중이 높고, 가전의 경우 한국기업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등 프리미엄 제품 수출 위주여서 중국산 중저가 제품과 경합관계가 약화됐다.
그러나 이들 산업분야도 중국정부가 '중국 제조 2025' 추진 등으로 메모리 반도체,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첨단기술 IT산업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어 향후 한국과 수출경쟁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력 측면에서 한국은 ICT, 화학, 일반기계, 가전, 정밀기기, 자동차 등 중고위기술산업에서 강한 비교우위를 보이고 있으며, 중국은 음식료품, 담배, 섬유의복, 목재 등 저위기술산업과 고무·플라스틱, 비금속광물, 철강 등 중저위기술산업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고 있다.
가공단계별로는 한국은 부품과 자본재, 중국은 소비재와 자본재 등 최종재에서 상대적 비교우위를 나타냈다. 중간재에 있어서는 한국이 특히 부품에서 강한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다.
지난 5년간 한국은 조선·전자부품 등 일부 산업에서만 세계시장점유율이 상승했으며, 철강·자동차·통신기기 등 대부분 산업은 하락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신현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양국의 세계시장점유율 변화를 비교해 분석해 보면, 반도체·컴퓨터·화학제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산업에서 중국제품이 한국의 시장점유율에 직접적이나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낮아지고 중국 점유율은 상승하는 '직접적인 위협' 품목의 수출비중은 31.1%에 달했다.
중국이 한국보다 빠른 시장점유율 상승을 보이고 있는 '부분적 위협' 품목의 비중도 11.4%였다.
이런 중국과의 경쟁 심화에도 한국의 수출은 비교적 선전한 편이었다. 한국은 세계 10대 수출국 중 미국과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시장점유율이 2007년 2.6%에서 2017년 3.2%로 상승한 유일한 국가로 세계 수출순위도 같은 기간 10위에서 6위로 뛰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조선, 기계 등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로 경합관계가 증가하고 있는 산업에 대해서는 산업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중간재, 특히 부품 분야에서 한·중간 경쟁력 격차가 적지 않음을 감안해 지속적인 수출확대를 위한 한·중 분업구조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신 연구위원은 "메모리 반도체 등 세계적 경쟁력을 보유한 품목은 기술우위 유지전략을 펼치고, 상대적 경쟁력을 갖춘 품목은 중국이 주도하는 신성장 산업 육성과정에서 요구되는 핵심부품을 적기에 개발하고 공급하는 등 편승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