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접 참관 아래 '단거리 발사체' 여러 발을 쏘는 군사 도발을 자행했다. 지난 2017년 11월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
일단 한·미는 "미사일이 아니라 발사체"라면서 "(북한이) 국제적인 경계선을 넘지는 않았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6일 한·미 당국은 북한의 신형 단거리 발사체에 대해 미사일이 아닌 '신형 전술유도무기'라는 평가를 내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미 폭스뉴스의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는) 중거리 미사일이나 장거리 미사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니라는 높은 확신을 갖고 있다"면서 "우리는 여전히 북한이 비핵화 하도록 좋은 해결책을 협상할 모든 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날 발언은 북한이 국제사회가 경고한 군사적 '선'을 넘지 않았다는 의미다.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결의(1718호, 1874호)에 따라 탄도미사일과 관련된 모든 활동이 금지되어 있다. 만약 한·미가 북한의 발사체를 '탄도미사일'로 규정하면 안보리 위반에 해당돼 북한은 정치·경제·외교적 추가 제재를 피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장기간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미 간 대화분위기가 더 악화될 수 있다.
이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북한의 발사체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탄도미사일'로 규정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골치아픈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면서 "북·미가 강대강 매치로 향하지 않기 위해 정치·전략적인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의 군사도발로 미국 내부적으로도 북한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만큼 미국의 선택지가 좁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북한을 대화 기류에서 이탈하지 않게 하기 위한 한·미의 노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오는 9~10일 예정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방한 때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건 대표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한·미 워킹그룹회의를 하고, 청와대를 방문해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한다.
특히 워킹그룹회의에서 국제기구를 통한 800만 달러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협의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 정부가 북한의 인도적 식량 지원에 관해 한 단계 유연성을 보인다면 다음 스텝 수순을 위한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장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특별연구원은 "한·미가 대북 인도적 지원 외에는 북한을 달래기 위한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미사일 발사로) 큰 기류를 바꾸진 못할 것"이라면서 "다만 북한이 '도발 의지'를 행동으로 보인만큼 북·미간 물밑 외교채널에서는 팽팡한 기싸움이 오갈 것"이라고 했다.
북한의 도발로 김 위원장의 초조한 심리가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말까지 경제적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에 소극적으로 나오자 김 위원장의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왕성(王生) 지린대 행정학원 교수는 이번 사태에 대해 "시급히 경제를 발전시켜야 하는 북한의 불안과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봤다. 장 연구원은 "북한이 제재국면에서도 자력갱생과 내부결속을 통해 스스로 버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고자 하는 초조한 마음에 무리수를 둔 것 같다"면서 "당분간 남북, 북·미 대화 재개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