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트업은 주식 등 자산가격의 극적이고 이례적인 상승을 의미한다. 가격 붕괴, 대폭락을 뜻하는 '멜트다운(meltdown)'의 대척점에 있지만, 시장에서는 멜트업을 멜트다운의 전조로 읽는 게 보통이다. 경제 여건보다 군중심리에 따른 투기가 멜트업의 배경이 된다는 점에서 과열이 결국 멜트다운이라는 파국으로 이어지기 쉬워서다.
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월가 대표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fAML)가 최신 투자노트에서 고객들에게 미국 증시의 멜트업에 대비해 콜옵션 매수를 권했다.
콜옵션은 주식 등 자산을 특정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다. 가격 상승이 예상되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콜옵션을 사들여 때 맞춰 행사하면 차익을 챙길 수 있다. 가격이 예상보다 덜 오르거나 오히려 떨어졌을 때는 권리 행사를 포기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직접 투자했을 때보다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벤자민 보울러 BofAML 애널리스트는 투자노트에서 "(올해 상승분 일부를 놓친 많은) 투자자들이 (랠리에) 올라 타야 할지, 랠리의 끝이 가까워진 데 따른 리스크를 피해야 할지 궁금해 하고 있다"며 "최근 세계 경제의 회복 조짐과 긍정적인 투자포지션 지형은 미국 증시에 추가 상승 여지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멜트업 가능성에 따른 콜옵션 매수 전략이 미국뿐 아니라 다른 여러 글로벌 증시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앤드류 시츠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완화 기조, 최근 안정을 되찾고 있는 경제지표, 과하지 않은 투자포지션, 미·중 무역전쟁 종전 분위기 등이 미국 증시의 추가 상승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도 지난주 CNBC를 통해 멜트다운보다 멜트업 리스크(위험)가 더 크다고 진단했다. 소시에테제네랄, 밀러타박 등 다른 기관투자가들도 지난달 낸 투자노트에서 멜트업 가능성을 거론했다.
모건스탠리의 시츠 애널리스트는 다만 멜트업이 당장 임박한 건 아니라고 봤다. 그는 올해 나머지 기간에 S&P500지수의 강세가 지속되려면 중국이 예상보다 더 나은 성장세로 다른 지역을 견인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S&P500지수의 안정적인 범위로 2400~3000선을 제시했다. 지수가 최근 2900선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서 궁극적인 추가 상승 여지가 제한적이라고 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