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인사이드]권력서열 1~3위가 모두 같은 성씨?...'응우옌'의 나라, 베트남

2019-05-02 15:44
  • 글자크기 설정

응우옌 성씨 전체인구의 39% 차지...주요 6개 성씨 합하면 76% 육박

김, 이, 박 많은 한국 상황과 비슷해...성씨 대신 이름으로 통용

왼쪽부터 응우옌 쑤언 푹 총리, 응우옌 푸 쫑 서기장 및 국가주석, 응우옌 티 킴 응언 국회의장[사진=베트남통신사(TTXVN) 제공]


베트남은 '응우옌(Nguyễn)의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응우옌 푸 쫑 서기장 및 국가주석, 응우옌 쑤언 푹 총리, 응우옌 티 킴 응언 국회의장. 베트남 베트남의 권력서열 1위, 4위, 5위의 성씨가 모두 '응우옌'이다. 권력서열 2위와 3위가 부재 중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1위부터 3위까지 응우옌이 베트남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응우옌 성씨가 베트남 인구의 39%나 차지하고 있는 탓이다. 응우옌 성씨는 세계적으로도 '리(Li)', '리(LEE)', '장(Zhang)'에 이은 4대 성씨로 꼽힌다. 베트남 이민자들이 많은 호주에서는 응우옌 성씨가 7위에 올라 아시아 계열 성씨 중에서는 독보적인 1위다.
사실 베트남에 살다보면 비슷한 성씨의 베트남인이 많아 혼동이 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응우옌 성씨를 제외하고도 '쩐(Trần)'씨 11%, '레(Lê)'씨 9.5%, '팜(Phạm)'씨 7.1%, '후잉·황(Huỳnh·Hoàng)'씨 5.1%, '판(Phan)'씨 4.5% 등 주요 성씨 6개를 쓰는 이가 베트남 전체 인구 중 76.2%에 육박한다. 한국에서도 '김', '이' '박' 등 3대 성씨가 인구 절반을 넘는 점과 매우 유사하다.

이렇게나 일부 성씨에 인구가 집중된 이유를 짚은 여러 가지 설 가운데 가장 유력한 건 역사적인 왕조들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베트남 중세에서 현대까지 이르렀던 쩐왕조(1225~1400), 레왕조(1428~1788), 응우옌왕조(1802~1945)의 영향으로 세 성씨를 따르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베트남 인구대비 각 성씨 비율[사진=위키피디아 캡처]

특히 응우옌 성씨가 많은 이유는 역사적 배경에 기인한다. 먼저 리 왕조가 망하고 난 뒤 들어선 쩐 왕조가 리 왕조의 성씨를 강제로 응우옌으로 바꾸도록 했다. 이후 쩐 왕조가 망하고 난 뒤에도 쩐 왕조 후손 중 상당수가 보복이 두려워 응우옌으로 성씨를 바꿨다. 막 왕조 몰락시에도 이 같은 일이 반복됐다.

응우옌 왕조 때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왕조 차원에서 응우옌 성씨를 부여했으며 일부 범죄자들도 체포되지 않기 위해 응우옌으로 성씨를 바꾸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결국 후기 응우옌 왕조가 마지막 왕조가 되면서 더 이상 성씨를 바꿀 필요가 없게 되자 베트남 전역에 응우옌 성씨가 넘쳐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베트남에서는 서로 같은 성씨가 너무 많은 점을 감안해 성씨 대신 이름을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응우옌 푸 쫑 서기장은 쫑 서기장으로, 응우옌 쑤언 푹 총리는 푹 총리로 부르는 식이다.

응우옌 성씨가 많다보니 이름이 같은 남녀가 한 장소에 있을 경우 가운데 이름까지 넣어서 구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응우옌 빈이라는 남성과 응우옌 빈이라는 여성이 함께 있다면 중간이름을 합해 여성은 '티 빈' 남성은 '반 빈'으로 부른다. 성과 이름까지 흔한 경우에는 아예 중간 이름만을 부르기도 한다. 예컨대 팜 투이 짱(Pham Thuy Thang)인 경우 성씨와 이름이 모두 흔하기 때문에 투이(thuy)라는 중간이름을 부르는 식이다.
 

[사진=게티이미지 뱅크]

베트남 성씨에 대한 지식은 우리가 베트남을 이해할 수 있는 또 다른 단면이다. 베트남 성씨에 담긴 의미는 동양적 왕조의 개념과 성곽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변해왔던 성씨 그리고 같은 한자문화권에서 뜻은 다르지만 음이 같은 성씨의 일반화 과정을 포함한다.

만약 베트남인을 처음 만난다면 성씨 대신 이름부터 불러보는 센스를 발휘해보자. 먼저 이름을 부르는 감각에서 그가 당신을 대하는 태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