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 1.5배 시장 '시스템반도체'…'팹리스' 육성 관건

2019-04-3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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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시장점유율 3.1%에 50위 기업 중 국내기업 한 곳에 불과

'인력양성·대규모 투자' 뒷받침 해야 성과 기대할 수 있어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1.5배 규모에 달한다. 정부가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것은 이 같은 대규모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의미다. 특히 메모리반도체로 이룬 '반도체 강국'이라는 명성을 이어가면서 침체된 수출과 산업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메모리반도체에 치중했던 만큼 후발주자로서 시스템반도체 시장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력과 자금이 모두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청와대가 직접 나서 시스템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삼성도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면서 앞으로 경쟁력 확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이 열린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부품연구동(DSR)에서 발언한 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산업통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시스템반도체 시장 규모는 2466억 달러에 달한다. 메모리반도체 시장 규모인 1638억달러의 약 1.5배 수준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하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이미지센서(CIS) 등의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시스템반도체는 수요자 요구사항에 맞춰 제품이 생산되는 '주문형 방식'으로, 메모리반도체와 달리 수요-공급이 안정적이고 급격한 시황 변화가 없다. 메모리반도체는 생산 후 판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수요-공급에 따른 가격변동이 심할 수 있다.

현재 이 시장에서는 미국이 압도적 점유율(70%)을 확보하고 있다. 대만과 중국 등이 빠른 속도로 추격해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경우 국내수요 시장조차 해외 업체에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상황이다. 정부가 현재 시점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의 시스템반도체 육성 의지는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1998년부터 2016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메모리에 비해 취약한 시스템반도체 저변 확대를 위해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를 중심으로 시스템IC2010·시스템IC2015 사업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중장기적 관점의 지속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오늘날 메모리반도체 편중현상이 일어났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위한 계획은 마련하고 있지만 민간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민간기업에서도 투자 의지가 약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 정부의 시스템반도체 사업 추진을 통해 DDI(디스플레이 구동칩), 이미지센서 등 일부 품목에서 성과를 거두긴 했지만, 시장점유율 3.1%에 기술력도 미국의 8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성장이 정체돼 있다. 글로벌 50대 팹리스 가운데 한국 기업은 한 곳뿐이다.

반면 중국의 경우 2010년 팹리스 시장에서 점유율이 5%에 불과했는데 지난해에는 13%까지 늘어났다. 이는 '반도체 굴기' 아래 중국 정부가 전폭적으로 반도체 기업에 대한 지원을 했기 때문이다. 하이실리콘, 유니그룹 등 10개 기업이 이미 50대 팹리스 기업에 포진해 있다. 세계 10대 기업으로 좁혀 보면 미국기업이 6개, 중국기업이 4개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스템반도체 후발주자로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대규모 투자와 인력 양성이다. 반도체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16년 230명이던 팹리스 전문 인력은 지난해까지 298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와 인력이 갖춰져야 산업이 자생적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특히 아직 규모가 영세한 팹리스 기업들에 대한 적극적인 육성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팹리스와 시스템반도체 생산업계인 파운드리를 연결한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여기에 인력양성에 있어서도 과거 연구개발(R&D)을 통한 간접지원에서 석·박사, 실무 등 체계적 인력양성 사업을 도입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성공은 정부, 대기업, 중소기업 등 삼박자가 맞아야 성공할 수 있다"며 "투자는 민간이 주도하더라도 정부는 중소기업 육성과 대기업의 원활한 투자를 위한 환경 조성에 힘써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기에 스마트폰을 주력사업으로 두고 있는 삼성전자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이미지센서(CIS) 등 시스템 반도체 발전에 확실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이전과 다른 분위기다.

국내 산업과 연계한 산업 육성도 기회로 인식되고 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있어 기회의 창을 잘 활용해야 한다"며 "4차 산업혁명과 5G 시대에 우리 기업들이 메모리 분야 등에서 경험을 갖고 있는 만큼 인력과 기술개발로 뒷받침한다면 시스템반도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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