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맥주에 이어 먹는 샘물(생수) 가격도 올랐다. 특히 유통업체들은 음료 판매가 폭증하는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마진율이 높은 자체브랜드(PB) 생수 제품값을 올려 손실 메우기 작업에 나섰다.
씨유(CU)와 세븐일레븐 등 국내 3대 편의점 가운데 올해 들어 PB 생수 가격을 올린 곳은 GS25가 유일하다.
GS25 운영사인 GS리테일은 지난해 편의점을 제외하고 헬스앤드뷰티(H&B) ‘랄라블라’에서 254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GS슈퍼마켓 부문도 19억원 적자를 냈다.
GS25 관계자는 “‘유어스 맑은샘물’의 제품명과 수원지를 바꾸고, ‘유어스 지리산 맑은샘물’로 새롭게 선보이면서 가격을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물류비에 큰 차이가 없는 수원지 변경이 가격인상의 직접적 요인이 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대형마트도 생수 가격을 올렸다. 홈플러스는 PB 생수 ‘심플러스(simplus) 바른샘물’ 2ℓ짜리 제품 가격을 올해 초 300원에서 420원으로 40% 인상했다. 심플러스는 지난해 3월 임일순 사장이 홈플러스 부임 후 공식 석상에서 처음 발표한 야심작이다.
‘가심비(가격 대비 만족도)’를 표방하는 브랜드라고 내세웠지만, 실적에 대한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1년 만에 값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영업이익은 2016년 3090억원에서 2017년 2384억원으로 줄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대형마트 PB 생수는 다른 제품과 묶어 할인하는 등 저가 마케팅 행사가 잦아 가격에 변동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심플러스의 생수 단품 가격은 인상을 거듭했을 뿐 초기 판매가인 300원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PB는 유통업체가 자체 제조·판매한다. 이로 인해 일반 브랜드 제품보다 유통업체가 가져가는 마진율이 5~10% 포인트 높다. 업체가 마진율을 조절할 수 있어 소비자가도 저렴한 것. 편의점 전체 매출에서 PB 비중은 평균 40%대에 육박한다. 특히 생수는 상위 3위 안에 드는 매출 효자 품목이다.
유통업체 PB가 아닌 주요 생수 브랜드들도 가격을 일제히 올린 상태다. ‘삼다수’를 제조·판매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는 지난해 출고가를 7~10% 올렸다. 편의점 기준 삼다수 500㎖ 판매가는 현재 950원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생수 가운데 가장 비싸다. 같은 해 농심도 ‘백산수’ 출고가를 7.8% 인상했다.
다만 롯데칠성음료는 2015년 이후 주력제품 ‘아이시스 8.0’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올해도 가격 인상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