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의 설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는 한꺼번에 매각돼야 하며 '구주매출+유상증자' 방식이 활용된다. 대부분 절차는 올 연말까지 마무리지을 예정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을 지연하거나 일부 계열사를 남기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산은의 방침이다. 매각 방식에 대한 밑그림이 나오자 시장에서는 인수 주체와 매각가격이 얼마나 될지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가 천차만별인 이유
산은 고위관계자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새로운 대주주는 1조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1조원의 유상증자는 상수가 되어가는 분위기다. 변수는 구주에 대한 가치판단이다.
이 금액을 기초로 비상장사인 에어서울과 아시아나개발 등의 가치와 경영권 프리미엄을 추가하면 1조원의 가격이 책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또 항공업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 국적항공사의 브랜드 가치 등을 감안하면 매각가가 1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가 상향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일각에서는 해외 항공사 인수·합병(M&A) 사례를 기준으로 이 지분 가치가 최고 2조원에 근접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4년 전 이와 거의 동일한 매물이 7228억원에 매각된 것을 고려하면 지분 가치가 이처럼 고평가될지 확신하기 어렵다.
◆4년 전 매각 당시 최고가는 7228억원에 불과
2015년 2월 아시아나항공 대주주인 금호산업의 인수 적격 후보로 선정됐던 호반건설은 구주 인수가로 6007억원을 써냈다. 그러나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구주 인수가로 7228억원을 써내면서 호반건설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지 못했다. 그 결과 4년 만에 아시아나항공은 유동성 위기 직전에 새로운 주인을 찾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매각가가 확정되기 직전인 2015년 1월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의 지분 가치는 총 8261억원(아시아나항공 4448억원, 금호산업 3813억원)으로 책정된다.
◆4년 전보다 낮아진 기업가치
상황이 이렇자 시장에서는 4년 전 금호산업 매각 패키지보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매각 패키지가 더 좋은 조건인지에 대해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기업가치 역시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이를 파악하기 위해 과거의 매각 패키지와 현재의 매각 물건을 비교하면 간단하다고 설명했다. 즉, 현재 매각 대상이 아닌 금호산업은 비교에서 제외하고 아시아나항공과 그 계열사만을 살펴보면 된다는 뜻이다.
아시아나항공에 종속된 기업은 2015년 매각 직전 15곳이었다. 지난해 말에는 26곳으로 11곳 늘어났다. 그러나 대부분이 자산유동화사채(ABS) 발행을 위한 자산유동화회사로, 이를 제외하면 눈에 띌 만한 계열사가 추가되지 않았다.
같은 기간 자본총계도 1조1191억원에서 1조932억원으로 259억원(2.31%) 축소됐다. 그 결과 부채비율은 633.8%에서 649.3%로 오히려 15.5% 포인트 늘었다. 이 기간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사옥 등을 매각했으나 재무상황을 개선하지 못한 것이다.
수익성은 더욱 극심하게 악화됐다.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는 최근 4년 동안 항공업 순풍을 타고 매출이 급성장했다. 연결 매출액은 2014년 5조8362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7조1834억원으로 사상 최대실적을 시현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981억원에서 282억원으로 699억원(71.25%)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633억원 흑자에서 1959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이는 항공기 리스료 등 수익성 악화 요인을 제어하지 못한 탓이다. 종합적으로 지난해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는 2014년 말보다 뚜렷이 나은 점이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기존 자산 중 개발 가능한 부동산 등은 금호고속 등으로 이미 넘어간 상태"라며 "CJ대한통운 주식, 금호사옥 등 처분할 만한 자산도 대부분 처분했기에 새로운 대주주가 오더라도 턴어라운드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