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골퍼들이 골프 은어로 ‘뒤땅 치고 깠다’라는 말이 있다. 실수로 뒤땅을 친 뒤 볼의 윗부분을 쳐 땅볼처럼 나는 샷이다. 주말 골퍼들에게는 흔한 일이지만, 투어 경기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샷. 이런 실수를 ‘골프 여제’ 박인비가 했다. 박인비가 “TV 중계에 안 잡히길 바랐다”라고 말했을 정도였다.
2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윌셔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휴젤-에어 프레미아 LA오픈(총상금 150만 달러) 3라운드. 8번 홀(파4)까지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묶어 공동 선두까지 올랐던 박인비는 후반에 수차례 버디 기회를 놓쳐 타수를 줄이지 못했다.
다행히 공이 물에 빠지진 않았지만, 꺼내기도 까다로운 위치였다. 당황스러운 실수에도 박인비의 노련미가 돋보였다. 박인비는 세 번째 샷으로 공을 안전하게 꺼낸 뒤 그린 주변에서 네 번째 샷을 시도했다. 칩샷으로 홀을 맞고 튀어 파 세이브에 성공할 뻔했다. 최악의 위기에서 보기로 막아냈다.
이날 박인비는 17번 홀 보기로 상승세가 꺾이는 바람에 3타를 줄이는 데 그쳤다. 중간합계 7언더파 206타를 기록한 박인비는 11언더파 210타로 단독 선두에 오른 이민지(호주)에 4타 뒤진 단독 3위에 자리했다.
박인비는 이날 경기를 마친 뒤 17번 홀 상황에 대해 “중계 화면에 안 잡히기를 바랐지만 아마 방송이 됐을 것 같다”며 “등 쪽이 당기는 느낌이 들었고 스윙을 공격적으로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너무 공이 빨리 맞았다”고 멋쩍어 했다.
이어 박인비는 “이런 실수를 한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며 “사실 사흘 내내 공이 잘 맞았기 때문에 미스 샷 하나로 불평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래도 너무 안 좋은 샷이었다”고 아쉬움을 남겼다.
박인비는 LPGA 투어 통산 20승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마지막 날 역전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기회다. 통산 5승에 도전하는 이민지를 넘어야 한다.
나나 마센(덴마크)이 10언더파 203타로 선두와 1타 차 단독 2위에 올랐고,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이 이날 4타를 줄여 6언더파 207타로 공동 4위에 자리했다. 김세영은 5언더파 공동 6위다. 이번 대회 출전했던 세계랭킹 2위 박성현은 이틀 동안 5타를 잃어 컷 통과에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