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하반기 경기회복 등으로 경제성장전망치(2.5%)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지적한다. 오히려 금리인하 등 추가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설비투자·수출부진에 한국경제 '쇼크'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0.3%)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경제 역성장 이유로 수출감소와 투자부진 지속 등을 꼽았다.
투자 감소는 더 문제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수출부진에 따라 투자를 줄인 영향이 컸다. 지난해 연말부터 부진했던 반도체 수출이 올 2월부터 다소 개선된 흐름을 보였으나 LCD(액정표시장치) 등 다른 주력 수출품목들이 부진을 떨쳐내지 못한 탓이다.
중국 경기 둔화로 대중 수출이 급감한 영향도 작용했다. 작년 4분기에 투자가 집중된 영향도 있었다.
◆한은 '낙관론' vs 시장 '비관론'
이 같은 '성장률 쇼크'에 대해 정부와 한국은행은 2분기부터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낙관론의 배경은 정부의 예산투입 효과 때문이다.
민간부문의 성장기여도는 작년 4분기 -0.3%에서 올 1분기 0.4%로 개선됐다. 여기에 1분기에 집행되지 않은 정부예산이 2분기에 투입되고, 추경 효과까지 감안한다면 1분기 마이너스였던 정부의 성장 기여도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경기가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란 전망도 낙관론 배경 중 하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2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부처 관계 장관들과 만나 “2분기와 하반기에 경제성장률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도 “2분기부터는 경제성장의 속도가 가팔라질 것”이라며 “한국은행의 전망인 연간 2.5% 성장 경로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강하다. 2.5%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선 2분기에는 최소 1% 이상 성장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또 3~4분기에도 전분기 대비 각각 0.8%, 0.9%의 성장률을 유지해야 한다.
각종 경제지표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달 1~20일 수출은 297억 달러로 1년 전보다 8.7% 감소해 지난해 12월부터 5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심지어 하락폭은 전월(-5.2%)보다 더 커졌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2015년 수출이 감소하는 수준으로 현 수출 실적(-1%)이 회귀하고 있다"며 "건설투자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IT업황 둔화로 설비투자 리스크가 확대될 것으로 보여 한은의 전망대로 2.5% 성장률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미미한 추경효과···기준금리 인하 이어지나
정부는 6조~7조원 규모의 추경을 통해 약 0.1%포인트의 GDP 상승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는 극히 제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로 인해 '금리인하론'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연거푸 "금리인하를 검토할 시기가 아니다"고 방어하고는 있지만 각종 지표의 부진을 외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세계경기 둔화세가 가팔라지고 있는 만큼 이 여파를 한국도 피해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내외 연구기관은 금리인상 전망을 철회했고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 쇼크 수준의 성장률이 나와서 금리인하 얘기는 당연히 더 불거질 수밖에 없다"며 "한은은 추경과 함께 이번 성장률 발표 이후 재정정책이 더 강화되는지 여부를 보고 금리를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