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석에서] 클래식 발레 진수 보여준 국립발레단 ‘잠자는 숲속의 미녀’

2019-04-2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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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4일부터 28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선과 악의 극명한 대립

[오로라 공주 김지영과 데지레 왕자 박종석의 결혼식을 뒤에서 바라보고 있는 카라보스 이재우.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아름다운 결혼식을 멀리서 바라보는 마녀 카라보스의 눈빛은 서늘했다. 선과 악의 극명한 대립은 극에 집중하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소멸되지 않는 악은 우리의 삶에 깊이 잠들어있다는 것을.

국립발레단은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제178회 정기공연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무대에 올린다. 전석 매진 돼 주말 공연에 한해 4층 객석을 추가로 열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번 공연은 마르시아 하이데 현 칠레 산티아고 발레단 예술감독이 안무를 맡았다. 2016년, 2017년에 이어 세 번째로 국립발레단을 통해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1975년부터 1996년까지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에술감독, 1992년부터 1995년까지 산티아고 발레단 예술감독을 겸임했던 마르시아 하이데는 2004년 산티아고 발레단 예술감독으로 재임했다.

전설적인 발레리나로 손꼽히는 마르시아 하이데는 마녀 카라보스의 역할에 무게감을 두어 선과 악의 대립을 극대화시킨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선보였다.

마르시아 하이데 예술감독은 마녀 카라보스를 그저 하나의 극중 인물이 아닌 ‘악’이라는 감정으로 표현함으로써 ‘늘 우리의 삶에 보이지 않게 존재하는 악한 기운과 세력을 조심하고 경계해야한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23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마녀 카라보스를 연기한 발레리노 이재우는 돋보였다. 검은 망토를 휘날리며 무대를 오가는 카라보스는 몸짓과 표정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특히나 카라보스가 검은 색 대형 천막을 조정하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빨간 모자의 뛰어난 표정 연기는 관객들을 웃게 만들었다. 사진=국립발레단 제공]

국립발레단의 2019년 라인업을 보면 차이콥스키의 3대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인형’이 전부 들어가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동안 모던 발레, 드라마 발레, 네오 클래식 발레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였던 국립발레단은 2019년을 기본을 충실히 따르고 내실을 탄탄히 다지는 한 해로 정했다. 정통 클래식 발레 레퍼토리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다. 올해 첫 번째 작품인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통해 클래식 발레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었다. 23일 오로라 공주를 맡은 김지영은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무엇보다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는 동화 속 캐릭터들이 다수 출연한다. 빨간 모자와 늑대, 파랑새와 플로린 공주, 장화신은 고양이와 레이디 캣, 알리바바와 4보석들, 그리고 라일락 요정을 비롯한 여섯 요정들,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가 그 주인공이다. 박수가 절로 나오는 화려한 동작과 풍부한 몸짓으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칠레 출신인 파블로 누녜즈 무대•의상 디자이너의 다채로운 의상도 눈에 띄었다. 덕분에 공연 내내 동화 속에 들어가 있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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