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개혁인가 개악인가

2019-04-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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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기자]

‘우리도 발달된 IT 인프라, 이용자 수요 등을 감안할 때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통해 국내금융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2015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공동으로 낸 ‘IT‧금융 융합 및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 보고서에 수록된 내용 중 일부다. 하지만 4년이 지난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이 얼마나 크게 성장했는지 바라본다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해 의욕적으로 나섰지만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케이뱅크는 KT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중단으로 사실상 영업 중단 상태며, 카카오뱅크 역시 카카오의 대주주 심사와 관련해 부정적인 시각이 나온다. 여기에 제3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해 뛰어든 토스뱅크는 ‘금융자본’ 인정 여부에 대해 왈가왈부 말들이 많은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케이뱅크의 경우 공정거래법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은행 대주주가 되기 위해서는 최근 5년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나 공정거래법, 금융관련법령,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아서는 안 되지만, KT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다. 이 사안이 결론날 때까지 몇년이고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다.

재원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부분도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에 장애가 되고 있다. 정상적인 대출업무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1조원 이상의 종잣돈이 필요하지만, 이 돈을 자력으로 마련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다수의 투자자를 모집하면 가능하지만, 케이뱅크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주주들이 많으면 의견 충돌로 인해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특히 인터넷은행특례법에서 ICT 기업에만 34%의 지분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참여할 수 있는 기업이 한정적인 것도 문제다. 일부 대기업이 ICT 시장을 주도하는 국내 시장 특성상 공정거래법 잣대를 강하게 들이밀 경우 대주주가 될 기업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산업자본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가 되고자 하는 경우 ICT 기업에 국한하고자 하는 논의는 해외추세와는 거리가 먼 정책이라고 꼬집고 있다.

금융은 투명해야 한다. 재벌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한 은산분리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주주를 엄한 잣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한 기업들에 문제가 있다면 면밀히 검토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 선진화를 위해서는 조금 더 유연한 정책이 필요한 시기다. 규제에 막혀 발전하지 못한다면 정부가 추진해온 금융개혁은 '개혁'이 아닌 '개악'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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