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폭발은 21일 오전 8시 45분경 수도 콜롬보와 네곰보, 바티칼로아 등 세 곳의 도시에 있는 교회 3곳과 콜롬보 소재 고급 호텔 3곳에서 거의 동시에 발생했다. 피해 호텔 3곳은 샹그릴라, 킹스버리, 시나몬그랜드 콜롬보 호텔로 알려졌다.
뒤이어 콜롬보 남부 다히왈라 동물원 근처 호텔에서 7번째 폭발이 보고 됐고, 콜롬보 시내 데마타고다 구역에서 8번째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CNN은 전했다.
스리랑카 경찰은 급기야 21일 오후 6시부터 22일 오전 6시까지 스리랑카 전역에 통행금지를 내렸다. 또 허위사실 확산에 따른 추가 갈등을 막기 위해 소셜미디어 이용도 일시 차단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연쇄 폭발이 2009년 내전 종식 후 최악의 폭력사태라고 지적했다. 스리랑카는 불교계 싱할라족과 소수 힌두교계 타밀족 간 뿌리 깊은 갈등과 반목으로 26년에 걸친 내전을 겪었다. 내전 중 사망한 사람만 1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된다.
폭발의 원인이 드러나지 않았으나 기독교도의 부활절 예배를 노린 폭탄 공격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부활절은 기독교에 가장 큰 축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스리랑카 대통령은 경찰 특별 수사대와 군대에 이번 폭탄 공격의 배후와 목적을 밝혀내라고 지시하면서 테러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공격의 배후를 자처한 단체는 나타나지 않았다.
배후에 대한 추측이 분분한 가운데 AFP통신은 열흘 전 교회를 겨냥한 자살폭탄 테러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무슬림 과격 단체인 NTJ(내셔널 나우힛 자맛)에 의한 교회 공격 가능성을 외국 정보기관이 스리랑카 당국에 귀띔했다는 것이다. NTJ는 불상 훼손 등을 통해 작년부터 주목받았다.
한편 로이터는 최근 수 년 동안 극단주의 불교 승려들에 의한 소수 종교 탄압이 점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리랑카는 2200만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데 70%가 불교도다. 지난해에는 한 무슬림이 운영하는 식당에서는 불임약을 넣은 음식을 판다는 헛소문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번지면서 싱할라족이 해당 식당을 파손하고 인근 무슬림 사원에 불을 지른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날 연쇄 폭발에 라닐 위크레메싱게 스리랑카 총리는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대책을 논의하고, 트위터를 통해 “비겁한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검증되지 않은 보도나 추측을 퍼뜨리지 말라”고 당부했다.
폭발이 발생한 곳 중 콜롬보 북부 네곰보에 위치한 세인트세바스찬 교회에서 67명이 사망해 가장 피해가 컸다. 교회 천장이 무너지고 유리가 박살나고 의자가 산산이 부서진 현장 모습은 당시 폭발 당시 얼마나 큰 충격이 있었는지를 가늠케 한다. 폭발이 발생한 콜롬보 소재 세인트앤서니 성당의 경우 유명 관광지로 잘 알려져있다. 바티칼로아 소재 교회에서는 27명 사망자와 67명 부상자가 보고됐다.
외국 정상들은 기독교인을 노린 공격을 한 목소리로 비난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연쇄 폭발 소식에 충격과 슬픔을 감출 수 없다면서 스리랑카를 지원하기 위한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교회와 호텔을 겨냥한 폭력행위를 강력하 비난하는 한편 피해자들에 위로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