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지난 2017년 9월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에 13만 2,000여 제곱미터(약 4만평) 부지를 사들이고, 해당 부지에 클라우드용 데이터센터와 R&D 캠퍼스를 조성하겠다는 내용의 사업투자의향서를 제출했다. 공사비는 5400억원 수준이다. 춘천 데이터센터 '각'보다 약 2.5배 더 큰 규모다.
네이버 계열사의 IT 인프라를 총괄하는 박원기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 대표는 "네이버TV,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네이버 서비스의 성장을 감당하려면 지금보다 최소 6~8배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고 신규 데이터설립 이유를 밝혔다. 초기 계획은 오는 2020년까지 데이터센터를 완공하고 가동에 들어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네이버의 계획은 시작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네이버는 지난 2016년 SBI저축은행으로부터 해당 부지를 사들였다. 이 땅의 전 주인인 양 모씨는 실버타운 건설을 위해 해당 부지를 매입하고 사업승인을 받았지만, 관련 채무를 갚지 못해 부지가 저축은행으로 넘어갔다.
결국 지난해 5월 수원지방법원 제5행정부는 양 모씨가 용인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데이터센터 건립을 다시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사업은 또 다른 복병을 만났다. 전자파 피해 등을 우려하는 인근 주민들의 설립 반대로 8개월째 사업이 중단된 것이다. 해당 부지는 용인 대주피오레2단지 아파트와 공세초등학교 사이에 위치해 있다. 주민들은 네이버 춘천 데이터센터의 1년치 전력 소모량이 춘천시 3년 전력 소모량에 맞먹는 등 데이터센터 가동에 많은 전기가 필요하기 때문에 전자파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설립하고 용인시청 앞에서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 집회를 여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도 나섰다.
박 대표는 지난 18일 춘천에서 열린 네이버 테크포럼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와 같은 주민들의 주장을 논파했다. 데이터센터에서 나오는 전자파를 일반 가정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고, 전력 소모량이 춘천시 전체 소비의 3배에 달한다는 주장도 사실무근이라고 지적했다.
네이버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주변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자기장) 수준은 1mG(밀리가우스) 이하다. 가정 거실 평균과 비슷하고, 주방 평균보다는 오히려 낮다. 전기밥솥(4.75mG), 인덕션쿠커(6.19mG), 안마의자(19.4mG) 등 집안에서 자주 이용되는 기기보다도 전자파 수준이 떨어진다. 박 대표는 "서버, 네트워크 장비 등 데이터센터 내의 기기는 전자파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전자파가 다른 기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내부 차폐 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각의 연 전력 사용량은 춘천시 연 전략 사용량의 7.5% 수준에 불과하다는 자료도 함께 공개했다. 각의 전력 사용량은 한전 고지서를, 춘천시 사용량은 전력데이터 개방 포털시스템을 기준으로 비교했다.
모든 공세동 주민이 설립 반대 의견을 내는 것은 아니다. 한 주민은 기자와 만나 "일부 지역 주민의 타당하지 않은 논리로 클라우드 산업 단지 설립이 늦어지는 것은 용인시와 경기도 차원에서도 안타까운 일"이라며, "행정적인 절차가 빨리 진행돼 친환경 건축물 조성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네이버 입장에선 서울 근교에 위치한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절실하다. 올해부터 활짝 열리는 공공·금융 클라우드 시장을 공략하고, 일반 기업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서다. 현재 네이버는 서울 근교에 데이터센터도 임차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네이버의 일반 서비스용이지, 클라우드 같은 기업 서비스용이 아니다.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인 네이버가 추줌하는 동안 2022년 3조 7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할 전망인 국내 클라우드 시장이 AWS·MS·구글 등 외국 기업의 텃밭이 되어가고 있다. AWS, MS는 이미 몇 년전부터 서울 주변 데이터센터를 임차해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두 업체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구글 역시 2020년부터 서울 근교에 데이터센터를 빌려 국내 클라우드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