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부산시 전체 뒤덮은 ‘르노삼성 노조 거부현상’

2019-04-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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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입구[사진=한영훈 기자]

“차라리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르노삼성) 노조에 확실한 본보기를 보여줘야 한다.”

부산광역시에서 택시를 운행 중인 이모씨(63)는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의 잦은 파업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노조’라는 소수의 이익을 위해, 지역경제 다수가 장기간 피해를 보는 현상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는 이 씨만의 의견이 아니다. 부산 시민 대부분은 르노삼성 노조의 파업에 대해 높은 불만을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르노삼성 노조 포비아’라는 말까지 나온다.

◆협력업체·지역상인·취업준비생 모두 ‘르노삼성 노조 기피’

지난 16일 찾은 부산시 곳곳에서는 르노삼성 노조에 대한 반감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째 이어진 장기 파업에 대한 후유증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작년 10월부터 이달 15일까지 총 58차례(234시간)의 부분파업을 단행했다. 이로 인한 매출 손실 규모만 2626억원에 이르는 걸로 추산된다.

이는 부산 지역 경제의 피해로 직결됐다. 르노삼성의 연간 매출은 6조7000억원으로 부산 기업 중 1위고, 지역 내 직·간접 고용 인원수는 9000명 이상이다. 르노삼성이 흔들리면 지역 전체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노조의 잦은 파업으로 인한) 부산 지역의 피해 규모가 이미 한계치에 다다른 상태”라고 설명했다.

노조에 대한 불만을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낸 곳은 협력업체들이다. 파업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는 협력사의 일감 감소로 이어져 직원들 생계를 위협하고 있었다.

실제로 A협력사의 경우, 평소라면 작업으로 바쁠 오후 2시경 생산라인이 일제히 멈춰 적막감이 대신 공간을 채웠다. A협력사 직원은 “파업 전에는 주·야 2교대로 공장을 돌리다 (파업 이후) 야간근무는 완전히 없어진 상태”라며 “이로 인해 임금이 30% 가까이 줄어 생계에 차질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B협력사는 이날 공장을 정상 가동했지만, 앞으로의 생산 계획은 “알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B협력사 직원은 “노조 파업으로 인해 (원래도) 르노삼성 노동자에 비해 처우가 턱없이 부족했던 협력사 직원들은 더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며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지만 물품을 납품하러 갔다 (르노삼성 직원들에게) 해코지를 당할까봐 쉽게 말하지도 못한다”고 토로했다.

피해는 1차 협력사보다 2·3차 협력사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었다. C협력사 영업팀장은 “지난주에도 페인트 도장 업무를 담당하는 2차 협력사 한 곳이 폐업을 결정했다”며 “2·3차 협력사는 기본적인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아 파업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고 하소연했다.

지역 상권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이 위치한 강서구 신호동에서 한식당을 운영 중인 김 모씨는 “파업이 진행되면 그날 매출은 평소의 30% 수준까지 떨어진다”며 “이 지역에서 장사를 하는 최대 이점은 르노삼성 공장이 근처에 있다는 건데, 요즘은 그게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공인중개사 정 모씨는 수첩에 빼곡히 적힌 상가 매물들을 보여주며 “파업 이후 평소보다 상가 매매 물량이 10~20% 가량 늘었다”고 전했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도 노조에 대한 반감은 커지고 있다. 부산 지역 내 대표 일자리로 꼽히는 르노삼성으로의 취업 기회가 가로막히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르노삼성 근로자의 작년 1인당 평균 임금은 8724만원으로 지역 내에서 가장 높았다.

김태균 부산상공회의소 홍보팀장은 “파업 이후 구조조정 얘기가 나오는 상황 속에 신규 채용이 중단된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취업준비생을 비롯해 이들 부모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노조 내부서도 ‘파업 갸우뚱’

이처럼 르노삼성 노조에 대한 지역 전체의 반발심이 커지자, 노조 내부에서도 파업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이 흘러나온다.

지난 15일 실시된 노조의 파업집회 참가율은 58%까지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주간근무를 마치고 퇴근길에 만난 한 르노삼성 근로자는 “노조의 파업에 대해 전보다는 회의감이 커진 게 사실”이라며 “집행부는 참고 버티면 근로 환경이 개선될 거라고 계속 주장하지만, 구조조정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면 그것도 다 소용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근로자도 “근로환경 비교대상을 르노삼성의 글로벌 사업장으로 잡아야하는데, 자꾸 현대·기아차와 비교하는 것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라며 “지역 내 노조에 대한 반발심이 커지는 것도, 파업에 소극적으로 변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전했다.
 

르노삼성차 협력업체 밀집지역 모습[사진=한영훈 기자]

부산공장에 붙은 이기인 전 부사장의 손편지[사진=한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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