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빈소를 휩쓴 이슈는 아사아나항공 매각설이었다. 금호 측은 이르면 다음주 수정자구안을 제시해 매각설 진화에 나설 계획이지만 시장에서는 인수 잠재후보군까지 오르내리며 매각설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채권단도 우회적으로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압박하고 있다. 금호 측이 수정자구안을 제시하더라도 추가로 꺼낼 카드가 적당치 않기 때문이다. 채권단과 금호아시아나의 재무구조 개선 약정(MOU)은 오는 5월까지 한 달 연장된 상태다. 이 기간에 합의에 이르지 않으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수순은 불가피하다.
현재 시장에서 추정되는 아시아나항공 매각가는 1조6000억원이다. 자금조달 규모로 볼 때 매각이 쉽지 않기 때문에 채권단 측에서도 최후의 보루로 해당 카드를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의 빈소에서는 해당 자금을 감당할 수 있는 규모이면서 항공산업에 관심을 보였던 SK, 한화 관계자들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통해 항공기 엔진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화그룹에도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다. 13일 빈소를 찾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한화그룹은 LCC(저비용항공사)에 투자한 이력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게 되면 에어로스페이스를 통한 시너지도 낼 수 있어 인수후보로 꼽혔다.
금호 측은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게 될 경우 금호고속, 금호산업, 아시아나IDT 등만 남게 돼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다.
조 회장 빈소에서 만난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채권단과) 성실하게 협의하고 있다"며 "열심히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만에 반려된 자구안을 놓고 채권단 설득 방안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이르면 다음주께 제출될 수정자구안에는 채권단의 불만을 샀던 재무개선 기간과 3세 경영 배제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30년의 시간이 주어졌는데 3년이 무슨 의미"냐고 쓴소리를 했다. 또한 "박삼구 전 회장 아들이 경영하겠다고 하는데, 뭐가 다른지 채권단이 판단할 것"이라고도 했다. 박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아시아나항공 경영에서 손을 떼야한다는 것을 압박한 것이다.
또 5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 자금도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에어부산 등의 우량 자금을 매각해 '급한 불'을 끄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에어부산의 경우 지난해 매출 6535억원, 영업이익 205억원을 기록해 '알짜 자산'으로 꼽히고 있다. 에어부산의 시가총액(주당 6980원 기준)은 3634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