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4년 제정돼 85년의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마스터스 토너먼트. ‘명인 열전’으로 불리는 이 대회에서는 전 세계 골프 전설들의 이야기가 숨 쉰다. 올해 마스터스에서도 또 하나의 흥미로운 이야기가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되고 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의 운명적 인연에 대한 스토리다.
이 이야기는 13년 전인 2006년 마스터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 번째 그린재킷을 입은 우즈가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한 대회다. 놀라운 건 그 당시 우즈와 몰리나리가 1, 2라운드 동반 플레이를 펼쳤다는 사실이다. 프로 2년차의 무명 골퍼였던 몰리나리가 어떻게 마스터스에서 ‘VIP’ 대우를 받는 우즈와 동반 플레이에 나설 수 있었을까.
인연의 끈이 여기서 끝나면 재미없다. 당시 우즈는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스페인)과 함께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운명적 만남은 캐디의 연결고리였다. 올라사발의 캐디로 나섰던 페요 이구아란이 이번 대회 몰리나리의 캐디백을 메고 다시 나섰으니 운명적 만남이다.
14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 3라운드. 몰리나리가 13언더파 203타로 단독 선두에 나섰고, 우즈가 토니 피나우(미국)와 함께 11언더파 205타로 공동 2위에 올랐다. 이들은 마스터스 마지막 날 파이널 조다.
우즈는 2005년 마스터스 정상에 오른 이후 14년 만에 다섯 번째 우승을 노린다. 또 2008년 US오픈 제패 이후 15번째 메이저 우승 도전이다. 우즈는 13년 전 캐디로 동반 플레이를 펼쳤던 몰리나리의 2타 차 벽을 넘어야 한다. 지난해 디 오픈 우승자인 몰리나리는 두 번째 메이저 우승을 눈앞에 뒀다.
우즈에게 몰리나리는 쉽지 않은 상대다. 몰리나리는 우즈를 상대로 유독 강했던 ‘천적’으로 꼽힌다. 몰리나리는 2010년 라이더컵 싱글 매치플레이에서 우즈를 만나 4홀 차로 대승했고, 2년 뒤 2012년 같은 대회에서는 무승부를 거뒀다.
결정적인 만남은 지난해 디 오픈이었다. 몰리나리와 우즈는 챔피언 조는 아니었으나 5~6위권에서 동반 플레이를 벌였고, 몰리나리가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또 지난해 7월 몰리나리의 PGA 투어 첫 우승 대회인 퀴큰 론스 내셔널은 타이거 우즈 재단이 개최하는 대회였다.
“그때 나의 꿈은 마스터스에 한 번이라도 선수로 참가하는 것이었다.” 13년 전 몰리나리가 꿈꾸던 무대에서, 그는 처음으로 그린재킷을 입을 기회를 잡았다. 메이저 사냥을 위해 날카로운 발톱을 세운 우즈와 맞서 또 한 번 이겨야 하는 운명적 격돌을 남겨뒀다. 몰리나리는 “우즈가 뛰어난 선수인 건 맞지만, 뛰어난 선수가 우즈 한명은 아니다. 내일 경기에서는 최대한 낮은 스코어를 만들겠다”며 우즈와의 맞대결보다 경기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다만 우즈는 14차례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오르면서 역전 우승을 거둔 적이 없다. 우즈에게는 악연인 몰리나리를 상대로 오랜 징크스를 깰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