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내 동생인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 장례식장에 마련된 조 회장의 빈소를 찾았다. 고 조중훈 회장이 별세한 뒤 오랜 경영권 분쟁을 겪은 삼형제는 결국 앙금을 풀지 못한 채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 삼형제의 만남은 지난 2016년 모친인 김정일 여사의 빈소가 마지막이다.
조정호 회장은 이날 오후 4시 빈소를 방문해 5시 47분 빈소를 떠났다. 조 회장은 약 1시간 47분간 유족들을 위로하는 등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조정호 회장은 "어떤 대화를 나누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장시간 유족들과 대화를 나눈 조 회장의 표정은 침통한 기색이 역력했다.
조정호 회장의 조문으로 한진가의 오랜 악연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삼형제는 조중훈 회장이 별세한 2002년부터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조중훈 회장은 장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차남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 삼남인 故조수호 한진해운(현 유수홀딩스) 회장, 사남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에게 각각 회사를 나눠줬다. 조남호 회장과 조정호 회장은 선친의 유언장이 조작됐다며 조양호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상속세 마련을 위해 약 2000억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이번 만남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한진칼 지분 인수 등을 도움을 요청할 경우, 조정호 회장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정호 회장은 삼형제 중에서 유일하게 투자여력이 있는 상황이다. 조남호 회장은 최근 한진중공업 실적 부진으로 인해 경영권을 상실했다.
조정호 회장은 "한진칼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있느냐", "한진칼 2대주주인 KCGI와 접촉했느냐"등의 취재진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조정호 회장이 강성부 펀드인 KCGI를 도와 한진그룹 경영권 장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조정호 회장과의 강성부 대표와의 오랜 인연 때문이다.
이날 오전 11시30분께에는 고 조 회장의 입관식이 열렸다. 상주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약 1시간 가량 입관식에 참여했다. 고 조양호 회장의 발인은 16일 오전 6시 예정이며 장지는 경기 용인시 하갈동 신갈 선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