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아주경제 데일리동방과 인터뷰에서 한국 기업 문화의 문제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한국 경제가 재벌 및 대기업에 의존하다보니 소수에게 경제력이 집중됐고, 기업의 지배구조도 왜곡됐다는 것이다.
물론 대기업 중심의 경제운용은 기업의 성장 속도를 빠르게 했다. 따라서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는 데는 유리했다. 국가 경쟁력 향상에도 도움을 줬다. 그렇지만 이제 시각을 바꿔야 한다는 게 위평량 연구위원의 생각이다.
그는 "한국 경제구조와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패러다임을 깨야 한다"며 "다양한 기업 형태가 존립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국가 경제의 체질은 약화할 수 밖에 없다"고 봤기 지적했다.
현 기업지배구조 문제의 중심에도 재벌·대기업이 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재벌·대기업의 역할에도 한계가 드러났다. 그런데도 여전히 구조적인 모순은 개선되고 않았다는 게 위평량 연구위원의 견해다.
위평량 연구위원은 “당연히 대기업의 역할이 필요하겠지만, 이들에게 경제력이 집중되면서 중소·중견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일으켰다”고 밝혔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정부도 나서야 한다.
위평량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경제구조에서 대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외부의 충격에 더 큰 진통을 겪게 된다"며 “대기업이 맡은 역할은 유지하면서 중소·중견 기업들에 대한 정부의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튜어드십코드 운용에 있어 개선할 점도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공정거래법이나 하도급거래법 및 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령이 제대로 시행됐다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큰 의미가 없었을 것"이라며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및 시행 방향은 맞지만 운용 측면에서 일부 개선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우선 국민연금 내 수탁자전문위원회에 지나치게 친재벌적인 성향의 위원이 선임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며 "또 수탁자위원회가 좀 더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를 국민연금 측으로부터 제공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할 것도 주문했다. 위평량 연구위원은 “세계적으로 기업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경우 경영에 유리한 점이 더 많았다"며 "이는 역사적·실증적으로 입증된지 오래 됐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해외에서도 오너가 경영에 참여하는 사례가 있지만 한국처럼 전권을 휘두르기보단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제한적인 권한을 행사한다”며 "이에 비해 한국에선 오너가 적은 지분으로 경영에 막대한 권한을 휘두르면서, 경제 전반에도 지나치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지적했다.
그래도 이번 주주총회에서 스튜어드십코드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지난달 열린 대한항공 주총에서 고 조양호 회장의 대표이사 재임안이 기각되는 등 실질적인 성과도 나오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