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가 인구 감소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올해부터는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많아지는 자연감소가 시작되고, 총인구는 2028년 정점을 찍은 다음 감소할 것으로 통계청은 전망했다. 사실 2017년 ‘사라지는 지자체’에 관한 보도는 전국적인 인구감소의 전조였다. 농촌에서 아기 울음이 끊어졌다거나 60대가 청년이라는 소식은 더 오래된 예고편이었다. 그래서 총인구도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은 일찍부터 있었지만, 이번 통계에서는 2016년 예상보다 감소 시점이 3년 빨라졌다. 이러한 ‘인구절벽’ 가속화가 경제활력을 급속하게 떨어뜨릴 것은 분명하다.
정부는 지난 13년 동안 저출산 대책에 모두 153조원의 예산을 썼다. 지난해만도 30조원을 썼으니 아기 한 명당 약 9000만원을 쓴 셈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청년들에게 왜 결혼을 하지 않고 출산을 하지 않는지 제대로 물은 적이 없다. 남성육아휴직제나 보육시설 확충과 같은 단편적인 대책은 수립했지만 실효성은 없었다. 여성을 출산수단으로만 간주한다는 비난에 직면하면서 출산보조금에 집중하던 정책을 ‘삶의 질’ 중심으로 수정하겠다고 예고는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없다.
청년들이 오래전에 ‘삼포족’이 된 근저에는 취업난이 있다. 좋은 직장은 소득원이면서 동시에 자신감과 여유의 기반이다.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한 젊은이는 명절 가족모임에도 참석하지 않을 정도로 위축된 삶을 살고 있다. 어렵사리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해도 맞벌이인 경우가 많아 가사와 출산‧육아의 부담이 너무 무겁다. 갈수록 절실해지는 ‘워라밸’은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접근으로 인해 아직도 요원하기만 하다. 멈추지 않는 출산율 하락에 당황한 정부는 이런저런 지원책을 내놓지만 재정 지원에 치우쳐 있다. 육아 및 교육 서비스는 사립시설에 과도하게 의존함으로써 정부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는 찾기 어렵다. 게다가 사립시설에 대한 감독 소홀은 결국 한유총 사태와 같은 부작용을 초래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와 학부모에게 돌아가고 있다. 정부는 ‘가족이 행복’이라며 작은 ‘돈뭉치’로 부모를 유혹하지만 막상 아이를 낳고 나면 거의 부모, 특히 여성의 ‘독박’이다.
저출산은 성장지상주의에 대한 소극적 저항이다. 가습기 살균제, 살충제 계란, 라돈침대 등 돈벌이를 위해서라면 국민의 생명을 해쳐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사회가 인구감소를 걱정하는 것은 몰염치한 행태이다. 미세먼지 대책에서 공기청정기를 수출상품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대한민국의 수출주도성장이 병적인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기획재정부장관은 노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산업현장의 요구’를 빌미로 최저임금 결정방식의 변경과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의 연장을 밀어붙이고 있다.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면서 국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워라밸’을 흔드는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금년 들어 ‘경제활력’이 정부정책의 중심에 놓이면서 ‘노동존중’과 ‘사람중심’의 가치는 실종되었다. 노동이 살아 있는 생명의 행위가 아니라 절감되어야 할 생산요소로 취급되는 한 저출산은 가속될 것이다. 저임금과 장시간노동을 고집하는 성장지상주의로의 회귀가 대한민국의 존속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