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남북 이산가족 화상상봉 준비를 위해 본격적인 첫 삽을 떴다. 화상상봉은 2007년 중단된 이후 약 12년째 개점휴업 상태다. 이번 화상상봉 개보수 작업이 끝나면 고령화와 노환으로 북한까지 가기 힘든 어르신들이 훨씬 더 생생한 화면과 목소리로 재회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는 3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대한적십자사 서울사무소 별관 1층에 위치한 화상상봉장에 대한 개·보수 작업에 돌입했다. 이 곳에는 백두 산마루, 금강 산마루, 묘향 산마루, 칠보 산마루, 북악 산마루 등 5개 화상상봉실이 있다. 작업팀은 이날 오전 10시 '묘향 산마루실' 부터 개보수 작업을 시작했다.
정재은 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팀장은 "기존 화상상봉장은 2005년 방식이라 지금의 통신, 연결 방식과 맞지 않아 전면적으로 다 바꿔야 한다"며 "(장비가) 10여년이나 지나 지금은 작동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첫날인 만큼 기존 장비를 뜯어내고 통신장비와 (통신)선로를 까는데 주력할 것"이라면서 "서울상봉장은 그나마 보존이 잘 돼있는 편이지만 아예 전체를 바꾸는 곳도 있어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화상상봉장 개보수 작업이 완료되면 과거 'SD급' 저화질이었던 모니터 등은 물론 통신설비까지 전면적으로 교체된다.
또 고령인 이산가족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제주, 춘천, 광주, 대구 등 4개 지역은 지하나 건물 2층에 있던 상봉장을 1층으로 옮기는 작업도 추진된다. 이 경우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나 휠체어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 정부는 이달 말 작업이 끝나면 2주간 시범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개·보수 작업은 이산가족 어르신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편의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기술적으로 선명한 화질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은 지난해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적십자회담을 통해 이산가족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문제를 우선 해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정부는 대북 장비 지원을 위해 북측과의 협의도 준비중이다. 과거에는 남북 화상상봉장 장비가 같았지만, 이번에는 추가 합의가 필요하다.
한편, 화상상봉은 2005년 8월15일부터 2007년 11월15일까지 남북적십자사 주관으로 총 7차례 열렸다. 당시에는 약 50인치 텔레비전에 pc카메라를 통해 이뤄졌다. 이를 통해 557가족 3748명이 직접 만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