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2월 경기도 포천시 도로변 인근 배수로의 배수관 안에서 변사체가 발견됐다. 그 시신은 석 달 전 실종된 여중생 엄모양이었다.
당시 어머니와 마지막 통화에서 '집에 다 와간다'는 말을 남기고 흔적 없이 사라졌는데 96일 만에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온 것이다.
엄양의 시신은 심하게 부패돼 사인과 사망 시각을 특정할 수 없었다.
유일한 단서는 죽은 엄양의 손톱과 발톱에 칠해져 있던 빨간 매니큐어였다. 평소 엄양이 매니큐어를 바르지 않았다는 가족과 친구 진술에 따라 사후에 범인이 칠한 것으로 판단됐다.
당시 낯선 흰색 차량을 목격했다는 제보가 있어 경찰은 엄양이 차량으로 납치됐을 거라 판단, 대대적인 수사를 펼쳤다. 하지만 끝내 유력한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고, 이 사건은 대표적인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다.
16년이 지난 지금 제보자가 나타났다. 엄양과 이웃한 마을에 살던 제보자 한씨는 엄양이 실종되기 일주일 전 겪었던 끔직한 일을 털어놓았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한씨는 "저녁 시간 걸어서 귀가하던 중 낯선 흰색 차량이 다가와 동승을 권유했다"면서 "도착지에서 내려달라고 했는데 무시하고는 문을 잠근 채 계속 달렸다. 차문을 억지로 열고 죽을 각오로 탈출했다"고 했다.
그는 "남자 손이 매우 하얗고 꼭 투명 매니큐어를 칠한 것처럼 손톱은 깔끔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