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이용규 트레이드 사태’로 야구계가 시끄럽다. 한화 이글스는 뜬금없는 트레이드 요청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한화 팬들은 비난이 거세다. 모두 이용규를 향한 화살이다.
한화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최악의 악재를 맞았다. 한화를 제외한 9개 구단에 외면을 받고 갈 곳 없던 베테랑 외야수 이용규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했더니 트레이드 요청이라는 날벼락을 맞았다. 그것도 시즌 개막 일주일을 앞두고서다.
이용규는 협상 과정에서 진통을 겪다 지난 1월말 한화와 2+1년 최대 26억원에 FA 계약서 사인했다. 자칫 ‘FA 미아’가 될 뻔 했던 이용규는 스프링캠프에서 와신상담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그런데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시즌 개막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돌연 트레이드 요청을 했다. FA 계약 직후 트레이드를 시켜달라고 구단에 반기를 드는 경우는 유례가 없다. 다름 아닌 한화의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야구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의 돌출 행동에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용규는 왜 트레이드 요청을 했을까. 그의 침묵 탓에 드러난 사실만으로 이번 사태를 따질 수밖에 없다. FA 계약 이후 시즌 개막 직전 트레이드 요청까지,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도대체 이용규의 판단을 납득하기 힘들다. 세상 물정 모르는 자존심 센 어린아이가 구단을 상대로 떼쓰는 모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여기에 FA 옵션 계약이 맞물려 있으니 더 낯 뜨겁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스프링캠프 기간 이용규를 9번 타자 좌익수로 활용했다. 테이블세터로 팀의 핵심 역할을 맡아왔던 이용규의 입지가 좁아진 것이다. 시즌 개막도 전에 여기서 자존심이 상했을까. 아니면 9번 타순에선 옵션을 충족시킬 수 없게 될까봐 두려웠을까. 이용규의 옵션 계약은 연간 4억원이다.
사실상 35세 이용규의 전성기는 지났다. FA 시장의 냉정한 평가가 말해준다. 한화가 손을 내밀었다. 그래도 이용규의 가치를 인정해준 구단이다. 구단이 베테랑과 재계약할 땐 단순히 개인 실력이 아닌 팀을 위한 베테랑의 역할을 기대한 것도 적지 않다.
설령 구단 프런트나 코칭스태프와의 불화가 이면에 있더라도, 이용규는 베테랑으로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만한 책임감을 보였어야 했다. 현 시점의 모양새는 경쟁에서 밀린 베테랑의 알량한 ‘자존심 놀이’로 비춰질 수 있다.
당장 트레이드가 성사될 가능성은 적다. 이용규의 활용 가치를 떠나 개막을 앞두고 팀 분위기를 망친 베테랑은 어느 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용규에게 등 돌린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타 구단에서 이용규를 받아들이기에 부담스러운 이유다. 한화 구단도 단단히 뿔이 났다. 이용규를 3군에 두고 나쁜 전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강경 대처를 고심 중이다.
이용규는 자신의 선수 생명까지 위협할 사면초가에 놓였다. 자신이 칼자루를 쥔 듯 보기 좋게 휘둘렀다가 헛스윙 한 꼴이다. 투수를 괴롭히던 ‘용규 놀이’는 타석에서만 했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