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버닝썬 게이트’와 관련해 경찰을 불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클럽 내 단순 폭행에서 시작된 이번 사건은 곳곳에서 경찰의 부실 수사 정황이 드러난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경찰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수사할 것”이라고 했지만 일각에선 검찰에 맡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서울 강남의 클럽 버닝썬에 미성년자가 출입한 사건을 처리한 현직 경찰관 A씨를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했다. 버닝썬 게이트와 관련해 현직 경찰관이 피의자로 입건된 것은 처음이다.
이 사건의 중심에는 전직 경찰관 강모씨가 있다. 현재 화장품 회사 임원인 강씨는 버닝썬에서 지난해 7월 말 홍보행사를 열었다. 당시 미성년자 출입 사건이 발각되면 행사를 열지 못할까 우려해 이를 무마하기 위해 중간에서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강씨는 부하직원 이씨를 통해 버닝썬 측으로부터 현금 2000만원을 받아 경찰에 전달한 혐의로 지난 15일 구속됐다.
아울러 가수 승리·정준영과 유착 관계에 있다는 의혹을 받는 윤모 총경은 대기발령 조치됐다. 윤모 총경은 승리·정준영·유리홀딩스 대표 유모씨 등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으로 언급된 사람이다.
윤 총경은 유 대표와 식사를 하거나 골프를 치면서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15년 강남경찰서 생활안전과에서 일하면서 술집과 클럽 등을 단속하는 업무를 했다. 다만 윤 총경은 청탁 혐의는 부인했다.
경찰 출신인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경찰 내부의 범죄를 스스로가 철저히 하겠다는 마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국민들께서 과연 그 결과를 믿겠느냐”며 “대단히 아프고 쓰리지만 이번 사건만큼은 검찰에 수사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현재 버닝썬 게이트 수사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126명의 합동수사팀을 꾸려 전담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권익위원회는 익명의 제보자에게서 받은 카카오톡 대화 원본을 지난 11일 경찰이 아닌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고, 대검은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
검찰은 일단 경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신중한 입장이다. 경찰이 수사 중인데 굳이 대립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수사기관 간 견제 측면에서 경찰 유착 의혹만큼은 검찰이 직접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것이 당초 검·경 수사권 조정을 하려는 목적이기 때문이다.
오신환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검·경개혁소위 위원장은 15일 YTN 라디오에서 “경찰의 문제를 타 기관인 검찰이 들여다보고, 또 검찰의 문제를 경찰이 자유롭게 들여다볼 수 있으면 권력기관을 서로 견제해 감시·감독하는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