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흑역사(85)] SK케미칼의 ‘새빨간 거짓말’…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25년간 은폐

2019-03-17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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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당시 “CMIT·MIT 해롭다” 실험결과 불구 제품 출시

검사 마치기도 전엔 신문·방송엔 ‘인체 무해’ 거짓광고까지

SK케미칼은 지면 광고를 통해 '사람을 살리는 일'과 '지구를 살리는 일'이 다르지 않다고 광고하고 있다. [사진=SK케미칼 제공]


SK케미칼의 심각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SK케미칼이 개발한 가습기 살균제 원료에 대한 유해성 검사를 끝내기 전에 제품을 출시하고 20년 넘게 독성 실험 보고서를 은폐해왔다.

박철 SK케미칼 부회장은 지난 14일 가습기 살균제 원료의 유해성 연구자료를 은폐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SK케미칼은 지난 2016년 8월에 열린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에서도 관련 문서를 보관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최근 재수사 과정에서 자료가 발견됐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SK케미칼이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 자료를 25년간 숨겨왔다는 점이다. SK케미칼은 1994년 첫 제품을 생산할 당시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와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원료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실험결과를 알면서도 은폐한 정황이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당시 보고서는 1995년 작성됐으며 제품은 1994년 12월 이미 제품은 출시됐다. 즉 SK케미칼은 제품에 대한 유해성 검사를 끝내기도 전에 제품을 출시한 것이다. 언론 등의 자료 제공 요청이 빗발치자 조직적으로 유해성 원료의 실험 결과가 담긴 보고서를 숨겼다.

오히려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무해하다고 광고하고 애경산업을 비롯해 대기업에 원료를 넘겼고, 해당 기업들은 앞다퉈 제품을 판매했다. 애경산업은 SK케미칼이 개발한 CMIT·MIT 원료로 만든 ‘홈클리닉 가습기 메이트’를 2002년부터 11년간 판매했다. 애경산업의 고광현 전 대표도 지난 15일 증거인멸·은닉 교사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SK케미칼은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의 원료인 폴리헥사메틸구아니딘(PHMG)와 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HG) 등도 제조했다. 그러나 2016년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SK케미칼은 PHMG·PHG가 가습기 살균제에 쓰일지 몰랐다고 주장하고 처벌을 피해왔다.

이렇게 유통된 가습기 살균제는 비극적인 참사로 이어졌다. 지난 2월까지 신고된 피해자는 6300여명이며 이 가운데 1390명이 사망했다. 피해자 대부분이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와 산모, 노인들이다. 살아남은 피해자들의 삶은 지옥이다. 대부분 호흡곤란 등 폐질환을 앓고 있으며 산소호흡기에 의존해 살고 있다.

또한 피해자들은 정신건강 문제도 겪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 피해가정 실태조사에서 성인 피해자의 약 66%가 만성적 울분 상태를 겪고 있으며 우울·의욕저하(57.5%), 죄책감·자책(55.1%), 불안·긴장(54.3%) 등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자살 생각이 27.6%, 자살 시도가 11.0%로 일반 인구보다 각각 1.5배, 4.5배 높은 수준이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는 최근 검찰의 가습기 살균제 수사과정에 대해 불만이 여전하다. 이들은 “박철 SK케미칼 부사장만 구속되고 다른 임직원 3명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건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구속영장이 기각돼 풀려난 임직원들 때문에 그나마 남은 증거들도차 사라질 수도 있다”며 면밀한 수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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