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참사?...보잉 737 맥스 논란 짚어보기

2019-03-1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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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에어·에티오피아항공 참사 비슷해..안전성 의혹 증폭

전 세계 737-맥스 운항 중단 확산..美 "안전성 문제 없다"

시가총액 30조원 날아간 보잉, 소프트웨어 개량 계획

[사진=AP·연합뉴스]


보잉 737-맥스8. 지난 5개월 사이 두 차례나 추락했다는 불명예로 전 세계 항공 당국과 승객들의 기피 대상 1순위에 오른 항공기다.

항공기 추락이 흔치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공교롭게도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자바해에 추락한 라이언에어 소속 항공기와 지난 10일 케냐 나이로비로 가던 중 추락한 에티오피아항공 소속 항공기가 모두 737-맥스8이었다. 두 번의 참사로 346명이 목숨을 잃었다.
◆737-맥스 추락, 예고된 참사였다?

앞서 737-맥스8을 몰았던 조종사들은 몇 번이나 미국 연방 당국에 해당 기종에 대한 안전 우려를 제기해 왔다고 댈러스모닝뉴스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종사들이 운항 시 있었던 문제들을 연방 당국에 자발적으로 보고한 자료를 댈러스모닝뉴스가 분석한 결과 737-맥스8에 대한 문제 보고는 총 다섯 건으로 나타났다. 주로 오토파일럿(자동 조종) 상태로 운항할 때 문제가 생겼다는 내용이었다. 이륙과 함께 고도를 높일 때 비행기 기수가 갑자기 아래를 향했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해 10월 라이언에어 사고 원인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라이언에어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초기 조사 결과 737-맥스8에 새로 도입한 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이 문제가 됐을 것으로 파악됐다. MCAS는 기수가 과도하게 위로 향하는 것을 막고 속도를 안정화하기 위해 고안된 장치인데 MCAS가 오작동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라이언에어 사고 후 737-맥스 보유 항공사에 비행 매뉴얼을 개선하라는 안전지침을 내리면서 “이 문제가 처리되지 않으면 조종사가 비행기를 제어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과도한 기수 하향, 심각한 고도 상실과 지상 추락까지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댈러스모닝뉴스는 긴급명령 후에도 해당 기종의 시스템 특징을 익힐 수 있는 적절한 훈련이나 매뉴얼이 충분하지 않다는 조종사의 불만이 보고됐다고 전했다.

 

에티오피아항공 소속 보잉 737-맥스8 [사진=AP·연합뉴스]



◆정말 737-맥스가 문제였나?

라이언에어와 에티오피아항공 사고 원인은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에티오피아항공 사고기의 블랙박스는 이제 막 회수된 상태다. 라이언에어 역시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두 사고가 연관됐다고 단정하기 이르다.

그러나 737-맥스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큰 건 두 사고의 유사성 때문이다. 두 사고 모두 이륙 직후 발생했다. 라이언에어는 이륙 13분 만에, 에티오피아항공은 이륙 6분 만에 추락했다. 두 사고기 모두 노후 항공기도 아니었다. 두 항공기 모두 들여온지 4개월 밖에 안 된 새 비행기였다. 두 항공기가 이륙 후 고도를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급상승과 급강하를 반복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에피오피아항공 사고기 역시 MCAS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에티오피아항공의 테월데 게브레마리암 최고경영자(CEO)는 12일 CNN 인터뷰에서 사고기 기장과 관세탑의 통신 내용을 언급하면서 조종사가 항공기 제어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회항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 역시 라이언에어 사고 직전 상황과 유사하다. 

한편 에티오피아는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회수된 블랙박스와 조종실 녹음파일을 영국 항공사고조사위원회(AAIB)에 보내길 원하고 있지만 미국 측은 이 자료를 미국으로 들여오기 위해 막후에서 논의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12일(현지시간) 조사관들이 에티오피아항공 소속 추락 여객이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737-맥스 운항 중단 확산일로

FAA는 잇따른 사고로 737-맥스에 대한 안전성이 도마에 올랐음에도 운항 중단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FAA는 12일 성명을 통해 “지금까지 해당 기종의 시스템 성능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운항 중단을 지시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737-맥스의 운항 중단 움직임은 확산일로다. 중국을 시작으로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호주가 뒤따랐고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노르웨이, 벨기에 등 유럽 대부분 국가들도 가세했다. 러시아, 베트남, 인도도 잇따라 운항 금지에 동참하고 있다. 

737-맥스를 가장 많이 운영 중인 사우스웨스트항공이나 아메리칸에어라인 등 미국 항공사들은 여전히 737-맥스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싱가포르나 독일, 네덜란드, 호주 등은 단순히 자국 항공사에 대한 운항 금지를 지시한 것이 아니라 737-맥스를 이용하는 항공편의 자국 영공 통과마저 금지하고 있어 항공기 배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보잉의 효자가 보잉의 골칫덩이로

737-맥스 통로가 하나인 보잉의 인기 기종 737의 4세대 모델이다. 기존 모델에 비해 엔진이 커졌고 연료 효율성이 높아졌다. 2017년 5월 첫 선을 보인 뒤 전 세계 항공사들의 주문이 쏟아지면서 올해 1월 기준으로 350대를 인도했고, 선주문 물량만 4661대에 이른다. 보잉 영업이익의 1/3을 차지하면서 보잉 주가 상승을 견인해 온 보잉의 대표적인 효자다. 지난달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트남에 100대 판매 계약을 맺은 기종이기도 하다. 가격은 한 대에 약 1300억원 정도다. 

그러나 지난 10일 에티오피아항공 사고 후 737-맥스는 순식간에 문제아로 전락했다. 운항 중단과 주문 취소 우려까지 불거지면서 보잉 주가는 이번 주 들어서만 14.7% 곤두박질쳤다. 날아간 시가총액만 270억 달러(약 30조원)에 이른다. 

항공업계 전문 로펌 소버맨&로젠버그의 아더 로젠버그 파트너는 "두 번의 추락 사고가 이처럼 닮은 사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서 "보잉이 이 문제를 당장 해결하지 못할 경우 재정적으로 무척 심각한 타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잉은 여전히 기체의 설계나 안전성에는 이상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잇따른 사고로 우려가 커진 데다 FAA의 설계 변경 압박이 높아지자 보잉은 "안전한 항공기를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737-맥스 기종 전반에 조종 소프트웨어를 개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업은 4월 말까지 마무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MCAS에 대한 설계 변경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보잉은 또 승무원 교육을 제공하고 항공기 매뉴얼을 업데이트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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