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인사이드]베트남 '신(新)여성'을 아시나요

2019-03-12 16:33
  • 글자크기 설정

90년대 태어난 대도시 출신 20대 여성..."경제 풍요시대 소비문화 주역"

[사진=신화·연합뉴스]


최근 베트남에서는 ‘신(新)여성(푸느떤떠이·Phụ nữ tân thời)'라는 용어가 현지 매체를 통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매체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들은 베트남 도이머이(쇄신) 정책 이후 경제적 풍요 속에 자란 90년대생 베트남 여성들을 통칭한다. 베트남 신여성들은 대게 고등교육을 이수했으며 주요 대도시 출신이 압도적이다. 인구비율로 보면 베트남 총 여성인구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주목할 점은 베트남 신여성들이 불러일으키고 있는 파급효과다. 이들은 인구 비율이 10%에 불과하지만 구매력은 다른 여타 세대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또 이들의 소비성향은 각종 매체와 SNS를 통해 알려지며 베트남 여성들의 전반적인 소비성향을 이끌고 있다.
예컨대 한 베트남 신여성이 맛집이나 이색카페를 자신의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소개했다고 하자. 수백, 수천의 팔로워를 거느린 그들의 영향력은 해당 카페나 식당들을 유명장소 반열에 오르게 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최근 베트남에서 새로 개업한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는 멋진 신여성이 방문하면 SNS 홍보를 조건으로 가격을 10~30% 할인을 해주는 일이 다반사가 되고 있다.

사실 베트남에서 지속적으로 불고 있는 K팝, K드라마, K뷰티 등 한류 열풍도 이들의 덕택이 크다. 소비성향이 높은 이들은 누구보다 먼저 한국의 최신 브랜드와 문화를 접했다. 이미 한국여행을 다녀온 사람도 상당하며 일부는 복수비자를 통해 수시로 한국을 방문해 쇼핑관광을 하기도 한다.

결국 이들에게 익숙한 한국 브랜드는 베트남에서 쉽게 자리 잡을 수 있게 됐으며 이들의 소비패턴을 통해 큰 어려움 없이 베트남 전체 여성으로 판매기반의 확대를 꾀할 수 있었다.

베트남 신여성들은 소비패턴뿐 아니라 전반적인 베트남 생활문화도 변화시키고 있다. 이들에게는 더 이상 '여성은 25세 이전에 결혼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관습이 통하지 않는다. 많은 여성들이 30세가 넘어서도 결혼을 서두르지 않는다.

최근 하노이나 호치민시에서는 이러한 신여성들을 흔히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주로 빈(Vinh)그룹, 베트남항공사, 베트남 주요은행, 외국계 대기업 등에서 다년간 근무하며, 대졸초임 평균의 2배 이상인 월 1000달러(약 110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다.

'골드미스'를 지향하는 이들은 가족을 중시하는 베트남의 전통적인 가치보다 생활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개인을 우선시한다. 다른 선진국 여성들처럼 이들에게도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돼 가고 있다. 이들에게는 부모세대의 전쟁상처, 희생, 가족보다는 자기애, 독립, 웰빙 등이 인생관에 훨씬 더 중요한 가치들이다.

예전에는 이성교제의 목적이 결혼이었지만, 이제는 가벼운 연애로 시작해 헤어지는 경우도 많아졌다. 결혼을 해도 수년간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도 많다. 특히 외국인 남성들과의 연예에서도 결혼 후 이민이 주요 이유였다면 최근에는 연애결혼 후 베트남에 남아 생활을 영위한다. 본인이 그동안 쌓아올린 사회적 위치와 직업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주베트남한국대사관은 하노이, 호치민, 다낭 등 베트남 3대 도시 시민들에게 10년간 유효한 한국방문 복수비자를 발급한다고 밝혔다. 현지 대사관도 베트남 주요 소비층으로 도약하고 있는 베트남 신여성층과 중산층의 구매력을 인정했다는 방증이다.

이제 현지 진출 외국기업에 베트남 신여성은 표본모델이자 핵심 공략 대상이다. 이들에게 초기에 시연회를 열어 얻는 평판은 그대로 시장에서도 통한다. 이들의 평가가 곧 성공의 지름길인 셈이다.

급변하는 베트남에서 ‘베트남 신여성’은 우리가 베트남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주요 키워드다. 베트남 신여성은 베트남 사회의 중심축으로 성장하며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 베트남 전쟁 당시 베트남 여성들은 적극적인 전쟁참여를 통해 민족통일전선에 혁혁한 공과를 세웠다. 이 결과 베트남 여성들은 여전히 사회 주요보직에 참여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다.

경제성장과 맞물려 다시 한 번 베트남에 새로운 세대의 여성들이 나타났다. 과연 '베트남 신여성' 세대가 어떤 변화의 바람을 불러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