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보수적인 기업문화 색깔을 지우기 위한 혁신 드라이브를 본격화한다. 과거처럼 경직된 조직문화를 고집하다가는 생존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4일 현대차그룹은 양재동 본사 1층 로비에서 임직원 대상 ‘타운홀 미팅’을 열고 임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현대차그룹은 해당 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임직원을 위해 앞서 별도의 오픈채팅방을 개설해 질문을 받기도 했다. 타운홀 미팅은 구성원들을 초대해 정책 또는 주요 이슈에 대하여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비공식적 공개 회의를 뜻한다.
◆'양호실 신설·유연근무제·반바지' 가능한가요?
특히 이날은 현대차그룹이 '자율복장 근무제'를 실시한 첫날이다. 양재동 본사 1층 로비에 모인 대부분의 임직원들은 일부를 제외하곤 니트에 면바지, 운동화 등 편안한 차림으로 참석했다.
이날 행사의 진행을 맡은 장재훈 현대차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은 "회사가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공감을 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며 "여러분들의 의견을 통해 또 다른 변화를 이뤄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질문도 쏟아졌다. 직원들은 이날부터 실시하는 반바지나 추리닝 등을 포함한 자율복장을 비롯해 본사 내 양호실 신설, 52시간 근무제 철저 준수, 여전히 딱딱한 회사 분위기에 대한 변화 등 평소 궁금했던 사항들을 쏟아냈다.
장 본부장은 자율복장과 관련, “시간, 장소 경우와 상황에 맞게 본인이 자율적으로 해석하고 판단하면 된다”며 “자율이 다양성으로, 창의성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임직원들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의선式 혁신 지속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변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에 오른 뒤 그룹의 체질을 빠르게 바꿔나가고 있다. 2017년 코나 출시행사에서 신차 출시행사를 처음 주관한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등장해 세간의 이목을 모았던 그는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자리에 오른 뒤 혁신에 더욱 고삐를 죄고 있다.
작년 12월 과감한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하며 주요 경영진의 세대교체를 이룬 그는 현대차에서 이례적으로 외국인인 알베르트 비어만 사장을 연구개발본부장으로 임명하는가 하면, 오는 주총에서는 외국인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도 추진하는 등 그룹의 오래된 '순혈주의'를 타파하려 하고 있다. 연 2회 실시하던 신입사원 공채를 없애고 수시채용로 전환한 것도 그 일환이다.
그룹 안팎에서는 오는 22일 주총에서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취임하는 것을 계기로 이 같은 혁신 드라이브가 거세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현대차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앞서 정 수석부회장을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의선 수석부회장 체제로 공식적으로 전환된 이후 그룹의 전반적인 체질 개선은 물론 미래 사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혁신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