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두 번째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했다.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데다 낮은 물가상승률에도 1월 수정경제전망에서 내놓은 경기 판단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또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도 '시기상조'라며 선을 그었다.
한은은 28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은 본부에서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했다.
여기에 한은이 물가에 대한 눈높이를 다소 낮춘점도 금리동결의 배경 중 하나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는 석유류가격 하락, 농축수산물가격 상승폭 축소 등으로 오름세가 0%대 후반으로 둔화됐다”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전망경로를 다소 하회하여 당분간 1%를 밑도는 수준에서 등락하다가 하반기 이후 1%대 중반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지난 1월 금통위 회의 후 발표된 통화정책방향문과 비교해 보면 소비자물가는 1월 ‘1%대 초반’에서 ‘0%대 후반’으로 바뀌었다. 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 수준’이라고 언급했으나 이번에는 ’1%를 밑도는 수준‘으로 고쳐졌다.
물가상승률은 한은이 금리 결정을 하는 데에 있어 성장률과 더불어 양대 참고지표로 꼽힌다. 현재 한은의 목표 물가상승률은 2%다. 물가가 이에 근접할 경우 대내외 여건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한다. 즉 현재 낮은 물가상승률은 기준금리 인상에 부담이란 얘기다.
한국은행은 지난 1월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지난해 10월 전망치인 2.7% 대비 0.1%포인트 낮춘 바 있다. 물가상승률 전망치 또한 1.4%로 기존 대비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빠르면 오는 4월 수정경제전망에서 물가 전망치가 추가 하향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전문가들 역시 이번 금리동결을 예상해 왔다. 이슬비 삼성증권 연구원은 “2월 금통위는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 부진한 국내 경제지표 등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이 총재는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 “인하를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지난 1월 금통위 이후 발표된 국내 주요 경제지표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일각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심심찮게 흘러 나왔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일부 경제지표가 다소 부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 이런 의견이 나오는 것 같다”며 “국내 경제는 1월의 전망 경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데다 금융 안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의 재확산 가능성에 대해도 경계심을 나타냈다. 이 총재는 “미·중 무역협상은 전개 방향에 대해 여전히 결과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하다고 생각한다”며 “그 외 미 연방준비제도가 유연화 입장을 보였으나 불확실성이 가신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