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지국제병원VS제주도, ‘내국인 진료’ 신경전…개원 불투명

2019-02-2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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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전용 조건 허가’ 1호 영리병원, 제주도 상대 소송 제기

사실상 기한 내 개원 안돼…병원 승소 땐 영리병원 반감 커질듯

녹지국제병원 조감도[사진=제주도청 제공 ]


국내 1호 영리병원인 제주 녹지국제병원이 ‘내국인 진료’를 놓고 제주도와 신경전을 벌이면서 녹지국제병원 개원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26일 의료계와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도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에 위치한 녹지국제병원은 현재 제주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앞서 제주도는 지난해 12월 초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진료하는 조건으로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했다. 영리병원 부작용 등에 따라 내국인 진료는 금지했다.

그러자 녹지국제병원이 내국인 이용제한 조건 허가는 근거가 없고, 오히려 의료법에 위배된다며 해당 조건을 취소하는 소송을 지난 14일 제기했다.

현행법상 의료기관은 개설허가 3개월 이내에 개설을 완료해야 한다. 녹지국제병원은 내달 4일까지가 데드라인으로,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녹지국제병원이 개설 대신 소송을 선택하면서 사실상 기간 내 개원은 불가능하다.

제주도 측은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부터 내국인 진료 금지를 강조한 만큼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기간 내 개원하지 않으면 의료사업 허가 취소 청문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또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주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외국 의료기관 내 내국인 진료 제한을 명문화하고, 이를 어길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제주특별법이 지난달 발의된 상태다.

이에 따라 제주도와 녹지국제병원 간 갈등은 앞으로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후폭풍 또한 거셀 수밖에 없다.

만약 녹지국제병원이 소송에서 이겨 내국인 진료가 가능해지면, 영리병원에 대한 반감이 사회 전반으로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영리병원 특성에 따라 고급의료에 대한 수요가 솟구칠 가능성도 있다.

99개 단체로 구성된 의료민영화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녹지국제병원 허가는 무늬만 외국자본인 국내 자본의 영리병원 진출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누구든 자본만 있으면 국내 의사·의료기관과 손잡고 영리병원을 운영할 수 있어 허가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도 마찬가지다. 의료기관을 환자 치료가 아닌 수익창출을 위한 목적으로 운영하면 건강보험으로 구성된 국내 의료시스템을 왜곡시킬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취소 역시 우려스럽긴 마찬가지다.

녹지국제병원은 중국에 본사를 둔 녹지그룹이 100% 투자했다. 녹지그룹은 서귀포 헬스케어타운 2만8163㎡ 부지에 병원과 의료 R&D센터, 안티에이징센터, 웰니스몰, 휴양 콘도미니엄 등 관련 시설을 세우기로 결정하고 지금까지 7000억여원을 공사에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가 취소되면 이대로 헬스케어타운 조성은 중단된다. 녹지그룹이 수천억원의 손해를 떠안게 되면, 제주도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또 녹지국제병원 개원으로 인한 고용창출과 헬스케어타운 사업으로 인한 지역경제 활성화 등 기대효과 역시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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