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청자 기원 ‘청자 순화4년명 항아리’ 국보 승격 예고

2019-02-26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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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 인각사 출토 공양구 및 고려‧조선 금속활자 서책 등 2건은 보물 지정 예고

[문화재청]

문화재청이 우리나라 청자 제작의 시원이라 일컬어지는 보물 제237호 청자 ‘순화4년’명 항아리를 국보로, 통일신라에서 고려 초기에 제작된 군위 인각사 출토 공양구와 고려‧조선 시대 금속활자로 찍은 신간유편역거삼장문선대책 권 5~6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26일 밝혔다.

국보로 지정 예고되는 청자 ‘순화4년’명 항아리 (보물 제237호, 1963.1.21. 지정)는 고려 태조를 비롯한 선대 임금들의 제사를 위해 건립한 태묘에서 사용할 목적으로 제작된 왕실 제기다. 굽 안쪽 바닥면에 돌아가며 ‘순화 4년 계사년 태묘 제1실 향기로서 장인 최길회가 만들었다’라는 명문이 새겨져 있고, 이를 통해 993년(고려 성종 12) 태묘 제1실의 향기(제기)로 쓰기 위해 장인 최길회가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청자 ‘순화4년’명 항아리는 1910년경 세상에 처음 공개됐으나, 발굴경위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고, 일본인 소장가들을 거쳐 1957년 이화여대가 구매해 전해지고 있다.

이 항아리는 문양이 없는 긴 형태로서 입구가 넓고 곧게 서 있으며, 몸체는 어깨 부분이 약간 넓은 유선형이다. 표면에 미세한 거품이 있으나, 비교적 치밀한 유백색의 점토를 사용해 바탕흙(태토)의 품질이 좋다. 표면에는 은은한 광택과 함께 미세한 빙렬(얼음이 깨진 듯 도자기 표면에 유약이 굳으면서 생긴 미세하게 갈라진 금)이 있고, 군데군데 긁힌 사용 흔적이 보인다.

문화재청은 이러한 특징이 1989년~1990년 북한 사회과학원 고고연구소가 황해남도 배천군 원산리 2호 가마터에서 발굴한 ‘순화3년’명 고배를 비롯해 여러 파편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으로 ‘청자 순화4년명 항아리’ 역시 원산리 가마터에서 제작돼 태묘의 제기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향후 북한 지역 청자 가마터와 비교연구 등을 통해 우리나라 청자 생산의 기원에 대해 더욱 명확하고 종합적인 확인을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청자 ‘순화4년’명 항아리는 현전하는 초기청자 가운데 드물게 크기가 큰 대형 항아리로 바탕흙의 품질이 우수하고 형태가 비슷한 사례가 없는 유일한 작품으로 굽 안쪽에 새겨진 명문을 통해 제작연도, 기명의 용도와 사용처, 제작자를 확실하게 알 수 있다. 황해남도 원산리 가마터에서 발굴된 ‘순화’명 파편들과 비교해 고려 왕실 제기 생산 가마터를 비롯해 다양한 제작여건이 추가로 밝혀져 초기청자를 대표하는 유일한 편년자료로서의 가치와 위상이 높고 우리나라 청자 발달사를 밝히는데 필수적인 유물이라는 점에서 역사적․학술적․예술적 가치가 크다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보물로 지정 예고되는 군위 인각사 출토 공양구 일괄은 2008년 인각사의 1호 건물지 동쪽 유구에서 발견된 유물로서 금속공예품과 도자류로 구성된 총 18점의 일괄 출토품으로 제작 시기는 통일신라에서 고려 초기로 추정된다.

18점의 일괄 출토품 중 ‘금속공예품’은 총 11점으로 금동사자형 병향로, 향합, 정병, 청동북 등으로 구성되고, 사찰에서 사용하는 청동제 의례용품들로 조형성이 뛰어난 가운데 섬세한 기법이 돋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불교에서 천상의 새를 상징하는 금동가릉빈가상은 그동안 출토 사례가 거의 없어 도상적으로 희귀하고, 청동발과 청동뚜껑 역시 통일신라 시대부터 유행한 전형적인 형태로서 당시 공예기술을 충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청자’ 7점은 모두 당나라 월주에서 생산된 중국 도자로 추정된다. 발굴 당시 포개진 채 한꺼번에 발견됐고, 함께 출토된 금속유물의 제작 시기 등을 추정하는데 참고가 된다. 청자는 8세기 말~10세기 전반 사이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국내 출토 중국 도자의 편년기준을 제공할 뿐 아니라 국내산 청자 기법을 연구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지금까지 신라 말에서 고려 초 금속공예품들은 대부분 사찰이나 박물관 등지에서 전해 내려오던 유물인 반면, 인각사 출토 공양구는 보기 드물게 땅속에서 온전히 출토되고 비교적 이른 시기의 보기 드문 금속기명과 청자 유물들이 일괄 출토돼 명확한 출토지와 편년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신간유편역거삼장문선대책 권5~6은 원나라 유인초가 원에서 시행한 향시와 회시, 그리고 전시의 ‘삼장’에서 합격한 답안들을 주제별로 분류해 1341년 새롭게 편집한 책의 권5와 권6에 해당한다. 총 72권으로 편찬된 이 책에 대해서는 그동안 고려의 전래 기록과 실례가 증명되지 않았으나, ‘신간유편역거삼장문선대책 권5~6’이 알려져 고려 시대에 유입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 지정 예고된 대상은 총 72권 중 임집에 해당하는 고려본(2권 2책)과 조선본(2권 2책) 권5~6에 해당한다. 모두 금속활자로 인출하였고 일부 떨어져 나간 부분도 있으나 전체적으로 간행 당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고려본은 판심의 규격 등이 조선본과 다르고, 경의 처리법의 적용과 권차나 편자의 표기에서 조선본보다 앞선 시기의 특징을 보인다. 조선본의 경우 1403년(태종 3) 주조된 계미자를 바탕으로 간행됐다. 계미자는 1420년(세종 2) 경자자를 주조할 때까지 사용된 15세기 대표적인 금속활자다.

‘직지심체요절’은 정확한 간행연대를 가진 현존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이 고려본은 인출 시기와 관련한 기록은 없으나 고려 말 금속활자의 특징들을 보여주고 있어, 고려 말에서 조선 초에 이르는 금속활자본의 변화상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라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문화재청은 원나라에서 시행된 과시 답안자료의 국내 유입을 보여주는 유일하게 알려진 자료라는 점에서 보물로서 지정 가치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지정 예고하는 3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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