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야놀자는 "전국 500여개의 호텔급에 준하는 테마형 모텔을 가맹점으로 확보해 만남 장소와 미팅 장소, 스터디 그룹을 이뤄 공부할 수 있는 장소로 활용할 수 있다"며 평생회원제도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실질적인 혜택이 소비자들을 파고들었다. 3만원을 주고 발급받은 유료 평생회원 멤버십 카드만 있으면 절반 가격으로 숙소를 이용할 수 있고, 이용금액의 일정 부분은 포인트로 적립이 가능했다. 제휴 호텔에서 받은 스크래치 쿠폰에서 발생한 포인트는 이모티콘이나 기프티콘 등을 사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었고, 야놀자 닷컴과 제휴를 맺은 유명 레스토랑, 놀이공원, 카페 등 추가 할인 혜택도 제공돼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소비자들에 더할 나위 없는 행복한 제도로 불렸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2019년 2월 18일. 야놀자가 돌연 유료 평생회원제도 폐지(3월 20일)를 발표했다. 평생회원에게 제공하는 혜택이 일반 회원보다 적은 데다, 평생회원 중 실사용자 숫자가 낮다는 이유에서다.
야놀자 관계자는 "10년이나 된 평생회원 제도를 그대로 운용한다고 해도 실사용자 수는 계속 줄어들 것"이라며 "실제 평생회원 중에서는 휴면고객이나 탈퇴고객이 많다. 1년마다 갱신해야만 평생회원 지위가 유지되는 탓에 미갱신 고객이 상당수 존재한다. 평생회원 지위를 유지한 고객은 1월 기준 116명뿐"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회원들보다 못한 혜택으로 평생회원제를 이어갈 수 없다는 판단에 제도를 없앴다"며 "당시 회원 모집 과정에서 평생회원이라는 단어를 쓴 것이 실수였다"라고 궁색한 변명도 내놓았다.
소비자 분쟁에서 일방적인 폐지 통보와 관련해서는 약관을 꼼꼼히 살펴 계약 불이행 여부를 따지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기자는 2009년 당시 약관을 야놀자 측에 거듭 요구했지만 받을 수 없었다. 야놀자는 "2009년 근무했던 직원들이 이수진 야놀자 대표 외에 아무도 없어 당시 약관을 찾기가 어렵다"며 2011년 5월에 개정된 약관을 건넸다. 이 약관에는 계약 불이행 여부를 따질 만한 조항이 없었다.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사업자 행위에 대한 문제로 해석할 수 있다"며 "대부분 사업자가 약관에 적시하지 않고 이런 행위(일방적인 폐지 통보)를 하는 사례가 많다. 이때는 사업자가 부당한 행위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는지를 따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신고가 들어온 것이 없어 특별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고 말해 신고가 있을 경우 언제라도 조사할 의향을 비쳤다.
야놀자는 이번 사태로 어떤 식으로든 경영활동에 생채기가 날 것으로 우려된다. 평생회원뿐 아니라 1000만명이 넘는 일반 회원에게도 '언제든 뒤통수를 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것으로 보인다. 실망한 회원들의 잇단 탈퇴와 불매 운동과 같은 집단행동도 일어날 수 있다.
우리는 신뢰가 훼손되면서 잘나가던 기업이 추락한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특히 소비자대상(B2C) 기업이 조강지처와도 같은 고객을 저버려 좋은 이미지가 하루아침에 와르르 무너지는 사례를 심심찮게 본다.
이번 야놀자의 일방적인 조치는 어려운 시절 손잡아준 고객을 홀대한 부당한 처사다. 10여년 전부터 국내 모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고 신산업 창출의 선구자 역할을 한 야놀자의 사명감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돈 버는 데만 혈안이 된 야놀자를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