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있는 삶, 이른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보장하면 소비가 늘어나고, 과도한 업무부담을 분산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의 기대와 반대 결과가 나온 셈이다.
전문가들은 독일과 미국, 일본 등 해외 선진국처럼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절해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근로시간 단축, 경제적 피해 심각 수준···일자리 40만개↓·11조원 손해
파이터치연구원이 19일 발표한 ‘주 52 근로시간 단축의 경제적 파급효과’ 보고서를 보면 근로시간이 주 52시간으로 단축되면 연간 일자리는 약 40만1000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단순노동을 하는 비숙련공에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한 결과, 자동화가 0.1% 촉진됐다. 비숙련공은 숙련공의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채 자동화 기계 등이 대체했다는 의미다.
숙련공의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의 노동수요를 감소시켜 기업의 생산성 하락을 야기, 폐업하는 기업 수는 연간 7만7000개에 달했다. 투자 역시 1조8000억원 줄어든다.
일하는 시간이 감소한 만큼, 임금은 줄어들고, 소비 역시 위축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으로 예측된다. 연구원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총 임금소득은 5조6000억원, 소비는 5조5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결국 근로시간 단축은 10조7000억원 정도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끌어내려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게 연구원의 판단이다.
김재현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위원은 "현 경제상황과 분석결과를 고려하면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원천적 측면에서의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기업들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부족하다면 제도 시행 연기 또는 폐기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만약 주 52시간 근무제의 재검토가 어렵다면 해외 선진국과 같이 탄력근무제의 단위기간을 최대 1년까지 늘여 기업의 부담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외 선진국처럼 탄력근로제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해외에서도 근로자의 장시간 노동을 제한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가 시행중이지만, 국내 주 52근로시간 단축 제도와는 차이가 있다.
프랑스와 독일은 법정 근로시간과 연장 근로시간 한도가 국내보다 낮다. 독일의 경우 단위 근로시간 제한은 엄격하지만 6개월 단위의 탄력근무제를 운용하고 있고, 노사합의 시 6개월 이상의 탄력근무제 시행이 가능하다.
일본과 미국 모두 탄력근무제의 단위 기간이 최대 1년으로 지정돼 있다. 미국의 경우 일부 주에서는 연장근로시간 한도가 규정돼 있지만, 연방법에서는 이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주 52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해 2주~3개월 단위의 탄력근무제를 도입했다. 최근에는 제도시행에 따라 경제상황이 악화할 우려가 커지면서 탄력근무제를 최대 6개월까지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특정 계절이나 주기별로 발생하는 장시간의 근로시간을 충당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연구원은 분석했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제도에 대한 원천적 재논의가 불가능하다면 탄력근무제 확대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를 완화해야 한다"며 "정부는 탄력근무제의 단위기간을 최대한 확대하고, 기업들의 생산 현장에서 필요한 단위기간을 충분히 조사 후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