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태민(26)의 앨범들은 곧 그의 '성장일지'와도 같다. 2008년 '누난 너무 예뻐'로 데뷔해 2014년 솔로 데뷔 앨범인 '에이스(ACE)' '프레스 잇(Press It)' '무브(MOVE)' '원트(WANT)' 등 "오로지 태민만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내놓으며 "'꾼'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했다.
청량한 음색으로 노래하고 몸이 부서져라 춤을 추던 그룹 샤이니의 막내가 '섹슈얼리티(sexuality)'를 그리게 된 것 또한 누구보다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자신을 평가하기 때문이었다.
지난 11일 발표한 미니앨범 2집 '원트'는 이러한 태민의 독보적 '캐릭터'와 '세계관'을 완성 짓는 곡으로 기록될 것이다. 태민의 '강점'을 극대화한 '원트'는 "그간의 '연륜'을 담아 더 여유로워진" 몸짓, 눈짓, 숨결 하나하나로 완벽한 '작품'을 완성해냈으니 말이다.
다음은 아주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가진 태민의 일문일답이다
이번 앨범의 콘셉트가 궁금하다
- 저를 '더 원하게 될 거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게끔 만들고 싶은 마음이다.
'무브'가 엄청난 사랑을 받은 터라 '원트'에 대한 부담이 클 거로 생각했다
- 그렇다. '무브'가 워낙 큰 사랑을 받아서 기대치에 맞는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보컬적인 부분이나 퍼포먼스적인 부분에서도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걸 담아야 하나 고민했지만 전체적인 이미지를 남기기로 했다. '무드'가 중점이 된 퍼포먼스를 보여드릴 차례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이번 활동이 마지막이 아니니 이번 활동이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많은 후보군 중 '원트'가 타이틀곡을 꿰찬 이유가 궁금하다
- 후보곡들을 들어보고 추려냈다. '원트'가 가장 강렬했던 거 같다. 인상에 남는 곡이라서 타이틀곡으로 결정했다. 저는 '음원'이 주가 아니라 퍼포먼스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곡을 원했고 '원트'가 적격이라고 판단했다.
'무브' '원트'까지 다음 앨범을 위한 '기반'이 된다고 했는데. 태민의 솔로 앨범에는 어떤 큰 그림이 있는 건가? 흐름을 따지면서 그림을 그려나가는 건가?
- '무브' 때 그림을 그려놓은 건 아니고 '무브' '원트'가 안무가(스가와라 코하루)도 같고 무드고 비슷해서 곡의 '연장선' 같은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어떤 '흐름'이 생기게 된 거 같다.
'무브'는 '무브병'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어 냈다. 내적 댄스를 유발하는 '치명적임'이 매력이었는데 이번에 주목할 만한 건 무엇인가?
- 여유다. 이번 노래는 '무브'의 연장선인데 정적인 느낌보다 기승전결이 뚜렷하다. 달리면서 끝난다는 인상이 강하지 않나. 폭발시키는 느낌으로 끝을 맺고 싶다. '무브'가 안무는 정적이지만 몸매나 동작 동정 등이 각이 잡혀 있다. 작정하고 나온 느낌이었다면 '원트'는 연륜이 느껴지는 '여유로움'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포인트 안무로 밀고 있는 게 있나?
- 마지막 후렴구가 아닐까? 이번 곡은 '무드' 위주다 보니까. 포인트 안무라고 따라 출만한 '이미지'는 없는 거 같다.
'무브'는 많은 패러디 영상이 쏟아졌었다. '원트'도 이런 '패러디' 양산이 가능하다고 보나?
- 이번에는 힘들지 않을까 한다. '무브'는 여성분들이 추기 편한 라인의 안무라서 다들 즐겨 출 수 있었던 거 같다. 이번 곡은 포인트 안무보다 전체적 무드로 하나의 '그림'으로 봐주시는 분들이 많지 않을까. 누군가 커버 댄스를 춰주신다면 재밌을 거 같긴 하다.
'무브'의 연장선이지만 분명 '무브'와는 차별적인 부분이 있을 텐데
- 무대 위 에티튜드다. 멋있는 '남자 솔로'의 에티듀드라고 할까? 저만의 방식인 셈이다. 그게 중성적으로, 신선함으로, 낯섦으로 읽힐 수도 있다. '얘는 왜 무대에서 이런 춤을 추지?' 생각이 들더라도 신선함을 보여드리고 싶다. 대중성에서 멀어지거나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겠다는 우려도 있으나 그걸 잘 극복해서 돋보이게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다.
'원트'의 시그니처 패션은 무엇인가?
- '괴도' 때는 허벅지에 벨트 허벅지 벨트가 시그니처였고 '무브'는 민소매가 그 역할을 했다. 이번에는 장갑을 끼고 무대에 오를 건데 '장갑 패션'이 관객들에게 각인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홀로 무대를 채워야 한다는 느낌은 어떤가? 부담스러운가 혹은 즐거운가?
- 한순간도 방심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뿐이다. 카메라, 관객들이 늘 저만 보고 있으니까. 의식하며 무대를 임한다.
어느덧 솔로 데뷔 5년 차다. 홀로 무대를 서는 데도 '노하우'가 생겼을 법한데
- 힘을 빼고 춤을 출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는 마냥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에 다 쏟아냈다면 이제는 보여야 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강약 조절을 할 줄 알게 됐다. 힘을 비축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할까? '무브' 때 '노하우'를 익히게 됐다. 힘을 빼더라도 관객들을 집중시킬 수 있구나.
샤이니 태민과 솔로 태민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솔로' 태민에게 영향을 준 인물이 있다면?
- 안무가 스가와라 코하루에게 좋은 영향을 많이 받았다. '굿바이' 때 처음 만났는데 코하루를 만나고 난 뒤 '아, 이게 춤이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잘 짜놓은 안무를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늘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코하루를 보고 깨달았다. 코하루가 제게 '세상에는 멋있는 게 너무 많다'고 하더라. 그 말이 깊은 여운을 남겼고 깊이 공감했다. 저도 그런 '멋있는걸' 남기고 싶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들과 '다른걸' 찾아 나서기 시작했고 도전까지 이어지게 됐다.
현재 시점에서 '솔로' 태민의 이미지에 관해 평가한다면?
- 기회가 된다면 이제는 조금 더 '메이저'한 곡도 해보고 싶다. 관객들과 '소통'이 적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관객들이 제 무대를 봐야만 하니까 '소통'할 만한 무대도 꾸며보고 싶은 생각이다.
현재의 이미지를 구축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해준다면?
- 솔로 데뷔를 앞두고 이미지 자체도 '새롭게 시작한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막내 이미지를 좋아하긴 하지만 나중에는 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괴도'로 이미지 변신을 하려고 초점을 맞추었고 회사와 상의를 하며 '프레스 유얼 넘버'(Press Your Number) '굿바이' '무브' 등으로 이어졌다. 하다 보니 그런 뉘앙스의 이미지가 만들어진 거 같다. 타이틀 곡을 듣다 보니 이런 곡들이 제 취향인가 보다.
평소 좋아하거나 참고하는 뮤지션이 있나?
- 노르웨이 남성 듀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Kings of Convenience) 노래를 많이 듣는다. 이런 장르의 음악에 춤을 추는 것도 신선하지 않겠나? 여러 상상을 한다. 트렌디한 것에서 자극을 받고 영감을 얻기보다 클래식한 것들에서 영감을 얻곤 한다.
이런 '영감'이 자작곡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
- 그럴 수도. 언젠가는 꼭 자작곡을 만들고 싶다. 아마 보여드린다면 잔잔한 곡들로 쓰게 될 거 같다. 제 이야기를 담다 보니 댄스곡보다는 잔잔한 멜로디를 가진 노래들이 나오게 되더라.
태민은 퍼포먼스만큼이나 보컬적으로도 훌륭한데. '퍼포먼스'에 가려져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
- 저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잘했다면 '각인' 되었겠지만, 아직 부족하니 각인되지 못한 게 아닐까. 극복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인정받을 수 있겠지.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보컬도 퍼포먼스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언젠가 한꺼번에 실력을 올리고 싶다.
샤이니와 온유는 군 복무 중이고 키와 민호는 입대를 앞두고 있다. '막내' 입장에서 여러 생각이 들 텐데
- 오래전부터 봐온 형제 같은 사이라 기분이 이상하긴 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알던 형들이고 늘 붙어 있었으니까. 신기하게도 우리의 세상은 그때 그대로다. 시간이 흘렀다는 '체감'이 없으니까. 그냥 음악방송 대기실을 쓸 때나 샤이니가 제일 선배라는 소릴 들었을 때 묘한 기분이 들 뿐이다. '아, 시간이 흘렀구나'
태민도 군 입대를 생각지 않을 수 없는데. 그때까지 보여주고 싶은 게 있다면?
- 열심히 보여주고 싶은 게 많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자료'가 많았으면 좋겠다. 남들이 봤을 때 멋있어 보이는 것들. 대중성과 거리가 멀어지는 거 같은 걱정이 들긴 한다. 많은 사람이 좋아해 주면 좋겠지만 스스로 떳떳할 수 있는 작품을 많이 만들고 싶은 맘이 더 크다.
무대 밖, 태민의 모습이 궁금하다
- 귀차니즘이 강해서 집에서 드라마만 본다. 뒤늦게 미드, 영드에 푹 빠졌다. '기묘한 이야기'나 '왕좌의 게임' 같은 거.
그런 작품들에서 콘셉트나 영감을 얻을 수도 있겠다
- 그렇다. 특히 '왕좌의 게임'은 콘셉트적으로도 완벽하고 디테일이 강하니까. 그 안에 '미학'이 있다고 할까. 시대적, 의상적으로도 흥미롭다. 그런 작품을 보면서도 '콘셉트가 확실해야 살아남는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