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훈의 중소기업 다녀요] 선의는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

2019-02-0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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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기업부 신보훈 기자]


“제로페이 결제 되나요?”

“차라리 온누리상품권으로 주세요.”
얼마 전 한 기관에서 진행한 전통시장 물품 구매 현장에서 목격한 장면이다. 전통시장 매출을 올려주면서 제로페이도 홍보하겠다는 의도에서 건넨 기관 간부의 질문이었지만, 머쓱한 상황만 연출됐다.

정부에서 소상공인‧자영업업자 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추진하는 제로페이가 혹평을 받는 이유는 뭘까. 시범 서비스를 시행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제로페이 사용 이유를 못 찾겠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소비자, 상인들이 입을 모아 "불편한데 왜 써야 하냐"는 반문을 제기하는 이유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 중계업체 개입을 최소화해 수수료를 0%까지 낮춘다는 계획은 좋았지만,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소비자 입장에선 제로페이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 소득공제 40% 혜택을 내걸었지만, 신용카드(15%)와 체크카드(30%)도 공제 혜택이 있다. 편리함과 함께 각종 포인트, 할인 혜택이 있는데 약간의 소득공제로 소비자를 유인하긴 역부족이다.

상인들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음식 만들랴 손님 받으랴 정신없는데, 스마트폰을 켜서 결제까지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수수료를 낮춰준다고는 하지만, 이용빈도가 적어 익숙하지 않은 제로페이는 또 하나의 골칫거리일 뿐이다

불편한 결제 과정은 치명적이다. 제로페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각 앱에 들어가 비밀번호를 누르고, QR코드 촬영과 결제 금액 입력이라는 복잡한 절차를 걸쳐야 한다. 여기에 결제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는지 다시 확인도 해야 하니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다. 두 세 번의 클릭으로 계좌 송금을 할 수 있는 시대다. 몇 천원을 결제하는데 이런 복잡한 과정을 감수할 소비자는 많지 않다.

결국 제로페이 활성화는 선의에 목을 매고 있다.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이 줄어들 거야”라는 착한 마음이 제로페이를 사용하는 주된 작동요인이 됐다. 제로페이를 추진한 의도가 좋았더라도 경쟁력이 없으면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수많은 카드사와 페이사, 결제대행사가 수 백억원씩 투자하며 플랫폼을 구축하는 이유는 단 한 발짝 앞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함이다. 이와 달리 제로페이는 소비자의 따뜻한 마음씨만 바라보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전통시장도 자본주의 체제의 일부분이다. 선의는 결코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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