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해 2년 연속 인텔을 꺾고 반도체 '왕좌'에 올랐다.
올해 상반기까지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3년 연속 반도체 시장 1위를 이어갈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31일 지난해 매출 243조7700억원, 영업이익 58조8900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고 밝혔다. 반도체 부문만 보면 매출 86조2900억원, 영업이익 44조5000억원을 달성했다.
반면 인텔은 작년 매출이 79조4000억원, 영업이익이 26조1000억원으로 삼성전자에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모두 뒤졌다.
인텔은 지난 2016년까지 세계 종합반도체(메모리·비메모리 포함) 시장 1위를 놓치지 않은 반도체 시장의 절대강자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꾸준한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대한 투자와 메모리반도체의 슈퍼 호황에 힘입어 지난 2017년 인텔을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종합반도체 왕좌의 자리에 올랐다.
다만 작년 4분기만 놓고 비교하면 삼성전자가 다소 부진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 반도체에서 매출 18조7500억원, 영업이익 7조7700억원을 달성했다.
반면 인텔은 같은 기간 매출 20조9000억원, 6조9000억원을 거두며 매출에서 삼성전자를 앞질렀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데 비해 비메모리 위주의 인텔은 직접 영향권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 메모리 가격 하락 지속, 문제는 하반기
하지만 올해도 메모리 반도체 가격 내림세가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고,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에 따른 파장 등 변수가 많아 두 기업의 1위 다툼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인텔은 올해 1분기 매출 전망치를 160억 달러(약 17조9000억원), 올해 전체 전망치를 715억 달러(약 80조1000억원)로 각각 제시했다.
그에 비해 국내 9개 증권사의 올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 전망치는 15조2000억∼17조5000억원, 올해 전체 전망치는 66조3000억∼78조2000억원으로 인텔에 뒤진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회복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데다 인텔의 공정전환 지연 사태가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더해지면서 삼성이 올해 전체로는 인텔을 이길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올해 삼성전자의 실적이 '상저하고'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고객사들의 재고가 올 2분기를 기점으로 소진되면서 장기적으론 D램 수요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3분기 이후에는 실적 회복이 가능할 것이란 견해다.
KB증권은 "주요 메모리 업체의 신규 생산능력 축소가 2분기부터 공급 감소 효과로 이어지며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이 1분기에 저점을 형성할 것"이라며 "인텔의 신규 서버 중앙처리장치(CPU)인 '캐스케이드 스카이레이크' 출시로 CPU 공급부족이 완화되면서 신규 수요를 자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안타증권도 "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서버에 대한 수요는 이제 막 성장 초입단계"라며 "지난해 4분기에서 올해 1분기의 D램 가격 하락은 계절성과 고객사들의 심리적 요인에 따른 일시적 기우에 그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모바일용과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는 것은 물론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 등 4차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수요가 계속 창출되고 있다는 것이 이 같은 전망의 근거다.
특히 오는 3월 국내에서 5세대(5G) 이동통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면서 향후 반도체 수요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삼성전자도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해 '비상경영' 모드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수급 균형을 맞추기 위해 메모리반도체 출하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실제로 D램과 낸드플래시의 생산설비 증설 규모를 줄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구조 다각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에 편중된 기존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비메모리 분야인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강화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