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은 김혁철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직속 부하’라고 표현했다. 국무위원회는 북한 정권의 핵심 정책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기관이다. 최고 통치기구로 군림했던 국방위원회를 폐지하고, 김정은 시대 들어 2016년 신설됐다. 김 위원장은 조선노동당 위원장 등 여러 직함이 있지만 국무위원장직을 전면에 내세워 활동하고 있다.
통신은 김혁철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새 카운터파트로 나선다는 것은 김 위원장이 다음 달로 예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혁철은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지난 19일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했을 때 배석했던 인물이다. 에티오피아 대사와 남수단 대사를 역임한 뒤 2014년 1월부터 스페인 주재 초대 대사를 지내다 북한의 잇단 핵‧탄도미사일 실험에 따라 2017년 추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에서 추방돼 북한으로 귀국한 뒤 국무위원회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김혁철은 40대 중반으로 2000년대 북핵 6자회담 대표단으로도 활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김혁철과 외무성에서 같이 오랫동안 근무한 경험을 밝히며, 리용호 외무상과 김계관 외무성 1부상이 체계적으로 양성한 ‘전략형 인물’이라고 그를 소개했다.
태 전 공사에 따르면 김혁철은 북한 고위 외교관 자녀다. 김혁철의 아버지는 북한노동당 국제부에서 외교사업을 한 후 2000년대 초반 캄보디아 주재 대사를 지냈다. 김혁철은 이를 발판 삼아 평양외국어대학 프랑스어과를 졸업했으며, 2000년대 초반 외무성에 발을 들인 뒤 외교정책과 전략을 수립하는 전략부서에 몸담아왔다.
태 전 공사는 “김혁철은 6자회담과 2006년 첫 핵실험과 관련한 대응처리에서 특출한 공로를 세운 것을 인정받아 2009년 부국장으로 승진했다”며 “30대에 외무성 전략부서를 이끄는 부국장이 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라고 회고했다.
김혁철은 최근 최선희 외무성 부상으로부터 대미 실무협상 바통을 이어받았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풀리면서 ‘비건-김’ 라인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협상 장소로는 판문점 등이 거론된다.
한편, 통일부는 지난 26일 김혁철이 에티오피아·수단 대사 출신이라고 했다가 동명이인으로 파악된다고 이틀 만에 내용을 수정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29일에도 스페인 대사와 에티오피아 대사를 역임한 김혁철이 동명이인으로 서로 다른 사람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관련 정보들을 관계 기관·부처와 공유하며 확인 중”이라고 했다.
국무위원회 소속인 것과 관련해서도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북·미 회담을 앞둔 중요한 시점인데도 불구하고 통일부의 대응 능력이 뒤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