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전망치 낮춘 한은… 어두워지는 한국경제

양성모 기자 2019-01-24 15:59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현 1.75%로 동결한 금통화위원회의 결정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초부터 우리나라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월 기준금리를 1.75%로 동결한 가운데 한은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모두 하향 조정했다.

24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마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자들과 만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전망치인 2.7% 대비 0.1% 포인트 낮춘 것이다. 물가상승률 전망치 또한 1.4%로 기존 대비 0.3%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한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정부(2.6~2.7%)와 비슷한 수준이다.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 전망치를 2.6%로 제시했다. 하지만 현대경제연구원, LG경제연구원 등 민간 연구원이 내놓은 2.5%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는 2.3~2.4%를 예측하고 있어 격차가 더 크다.

이주열 총재는 "글로벌 성장세 약화를 반영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낮췄다"면서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지난해와 비슷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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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물가전망치 하향조정은 주로 국제유가의 큰 폭 하락에 기인한 것이고, 여기에 정부의 복지정책 강화에 따른 영향도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2019년 경제전망'에 따르면 민간소비 증가율은 2.7%에서 2.6%로 0.1% 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가계소득 증가세 둔화가 주된 이유다.

또 지식재산생산물투자 증가율은 2.5%로 0.3% 포인트 낮아졌다. 건설투자 증가율 전망은 신규수주와 착공 부진 영향으로 -2.5%에서 -3.2%로 감소폭이 더 확대됐다. 상품 수출과 수입 모두 하향 조정됐다.

한은은 경제 성장률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으로 글로벌 무역분쟁 심화, 중국·유로 지역 등 주요국 경기 둔화에 따른 글로벌 성장세 약화, 글로벌 반도체 수요 약화를 들었다.

이날 공개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통방문)을 보면 국내 경제상황에 대한 한은의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선 국내경제의 성장흐름에 대해 "지난해 10월 전망 경로를 소폭 하회하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작년 11월 '지난 10월 전망 경로와 대체로 부합하고 있다'는 것과 온도차가 크다.

수출에 대한 언급도 삭제됐다. 작년 11월 금통위 통방문에는 '수출도 세계경제 호조에 힘입어 양호한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 통방문에는 관련 내용이 사라졌다.

이 총재는 그동안 국내 경제에 대해 다소 낙관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급격한 경기둔화 가능성이 낮고, 반도체 수출도 하반기에 늘어날 것으로 말해왔다.

실제로 그는 "일부에서 우려하듯이 급속한 경기둔화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고, 지난해 수준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하반기 이후에는 수요가 다시 증가해 반도체 경기가 회복세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우리 경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반도체 경기가 본격적인 둔화국면에 진입한다면 상당한 부담을 줄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