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국민소득에 가려진 국민총행복 지수

2019-01-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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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사진=NH농협금융지주 제공]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제6차 OECD 세계포럼'에서는 '미래의 웰빙'을 어젠다로 제시한 바 있다. 글로벌 석학들은 포럼에서 국내총생산(GDP)으로 측정하는 경제 성장이 오히려 보편적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 폴 피투시 파리경제대학 교수가 강조했던 것처럼 이제는 '어느 분야에서, 누가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GDP 확증편향성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담아낼 수 있는 웰빙지표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GDP 대비' 화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 경제가 단기간에 비약적인 성장을 일궈낸 대표적인 국가로 평가받는 데 대부분은 별 이견이 없을 것이다. 2017년 GDP 기준으로 보면 세계 12위, 1인당 국민소득은 드디어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로 인해 참살이가 나아졌냐고 반문한다면 선뜻 대답하기 어려울 것 같다. 특히 주관적인 삶의 질을 가늠하는 지표들인 OECD의 국민총행복(GNH)이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삶의 질 지수 등을 들이대면 더욱 자신이 없어진다.

일례로 OECD의 '2017 더 나은 삶 지수'를 보면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38개국 중 29위다. 더 중요한 것은 관련지표 순위가 2014년 25위, 2016년 28위 등으로 점점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11개 세부 항목 중에서도 워라밸(35위)은 거의 꼴찌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삶의 질을 측정하는 여러 기준들 중에서도 GDP 뒤에 숨어 직장인의 주관적 웰빙지수를 낮추는 '워라밸'을 살펴보도록 하자. 대한민국이 야근을 발명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근로 강도가 높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2024시간으로 OECD 평균(1759시간)보다 265시간을 더 일했다. 이는 주당 최대 근로 시간인 52시간을 적용하면 1년에 13개월을 일하는 셈이다.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일중독 현상이 만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부분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추구하기 위해 애쓰는 우리 직장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개개인의 웰빙지수를 개발하는 데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필자의 웰빙지표는 평소 독서를 통해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일이다. 금융 현장에 몸담고 있기 때문에 경영산책과도 같은 시간이다. 최근 런던경영대학원의 그래튼과 스콧 교수가 쓴 '100세 시대'를 읽으며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지혜를 얻은 바 있다.

사람은 누구나 생애주기를 통해 행복의 필요 조건인 세 가지 유형의 무형자산을 축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지식과 기술 습득을 통해 일의 생산성을 높이는 '생산자산', 긍정의 에너지를 배가시키는 '활력자산', 그리고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변형자산'이 바로 그것이다.

새해에는 우리 국민들도 자신의 자산포트폴리오에 무형자산 목록을 추가해 장기 투자가 가능한 생산, 활력, 변형 자산을 개발하고 운용하는 전략을 세워봤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국내 경제 상황은 여전히 3%의 GDP 성장을 방어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녹록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가정이나 직장에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확산시켜 새해에는 국민총행복(GNH)이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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