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의 북·중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새해 벽두부터 한반도를 둘러싼 기싸움은 다시 시작되었다. 2월 말에는 제2차 북·미 회담도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 평창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한 대화의 물꼬가 터지면서 남북, 북·중, 북·미정상 회담이 연이어 열렸다. 이후 남북한 분단체제 구조가 순조롭게 평화체제로 전환되리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한반도 주변국가들의 선택적 협력이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위대한 합창인 것 같았으나, 그 합창이 여기저기서 서로 다른 목소리로 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파열음의 원인은 한반도문제에 적극 개입하겠다는 중국,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는 북한, 끊임없이 구애의 손길을 보내는 한국,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일본, 이 모든 것을 물리적으로 막아 보겠다는 미국의 입장 때문이다. 이 불협화음은 현상을 유지하려는 세력과 현상을 새롭게 개편하려는 세력들이 서로를 불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들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새해 신년사에서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진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북한이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에 대한 기회비용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최고 목표는 북·미 간의 적대관계 청산과 이를 통해 정권의 안정과 경제지원을 보장받겠다는 것이다. 북·미 간 적대관계가 청산되지 않고서는 북한 경제는 사회주의 프로젝트의 실패라는 쓴맛을 보게 될 것이고, 북한주민들은 희망이 없는 삶의 고통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의 북한경제 위기 및 침체 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은 자본주의 세계경제로의 편입과 시장경제 수용을 통해 국가자본주의로 북한 사회주의 시스템을 개혁·개방하는 것 이외엔 다른 대안이 없는 것이다. 북한의 개혁·개방은 외부의 의도적 간섭 없이 자기조직화를 통해 스스로 사회경제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외부의 충격이 필요하다. 이러한 외부의 충격은 우호적인 주변 환경을 조성하여 북한 지도층이나 사회구성원들이 새로운 정상국가의 일원이 되고 새로운 국제질서에 부응하기 위한 조건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향후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관계가 선순환되어 한반도 비핵화에 커다란 진전이 있다면 북한의 대외경제관계도, 개혁·개방의 속도도 빠르게 진행되어 정상국가화될 것이다. 이때가 오면 북한정권은 자본주의 세계체제로의 편입을 통해 주민들에게 물질적 인센티브를 강조하여 주민들이 열심히 생업에 종사할 것이고, 이미 준비된 27개의 경제특구가 순조롭게 가동되어 한국경제도 숨통이 트일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경제는 단기간 내 국제적 생산자본과 금융자본 그리고 기술이 대규모로 유입되어 국가와 시장이 연합한 연합·종속적 발전이 가능한 새로운 자본축적의 성장공간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예상되는, 김정은 위원장이 언급한 '새로운 길'에 대한 기회비용은 한반도의 비핵화임이 자명한 결론이므로, 서로를 믿되 서로를 검증하는 불가역적인 대담한 조치들을 생산해내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