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원석 칼럼] 경제외교를 통한 글로벌 포용국가의 꿈

2019-01-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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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원석 숙명여대 특임교수]




새해엔 다들 좋은 꿈을 꾸고 꿈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황금돼지가 상징하는 풍요로움이 모든 분들에게 촉촉한 비처럼 내리길 소망해본다.
그렇지만 현실을 바라보는 눈들은 그리 밝지 않은 것 같다. 만나는 분들마다 우리 경제의 성장 엔진이 꺼져가는 상황에서 새로운 동력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걱정한다. 왜 다들 그런 진단을 하는 것일까?

수출이 지난해 6000억 달러를 돌파해 우리 경제를 이끌었다. 특히 반도체는 단일 품목으로는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삼성전자의 경우, 매출의 87%를 해외에서 올리고 세금의 81%를 국내에서 냈다. 삼성전자가 내는 세금만도 우리나라 전체 법인세의 28%에 달한다고 한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40조원 안팎의 매출을 올렸다.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4년 전인 2014년에는 11%였으나 지난해 20% 수준까지 올랐다. 그러다 보니 반도체가 기침하면 우리 경제가 심한 독감에 시달리는 형국이다.

반도체의 경우 지난해 4분기부터 호황 사이클이 끝날 기미를 보였다. 삼성전자가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9% 감소한 10조8000억원, 매출액은 11% 감소한 59조원에 그쳤다. 반도체 값이 크게 떨어진 탓이다. 여기에 우리의 주력 수출산업인 자동차, 조선, 철강 등도 경기 둔화와 수입규제 등으로 인해 나아질 기미가 없다.

물론 우리는 늘 위기를 잘 극복해왔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가장 빠르게 회복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뿐이었다. 하지만 막연한 ‘희망 쌓기’는 금물이다. 경제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냉정한 현실 진단이고 그래야 올바른 해법을 찾을 수 있어서다.

올 들어 우리의 최대교역국인 G2의 경제가 심상치 않다. 중국의 지난해 12월 수출이 예상 밖으로 4.4% 줄었다. 지난해 촉발된 미·중 간 무역 전쟁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무역전쟁 근간에는 중국 국력의 급성장으로 인한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 즉 미·중 간 패권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 두 강대국의 갈등은 쉽게 승패가 갈릴 성격이 아니다. 올 한 해 미·중 간에 무역, 지식재산권 등 사안별로 갈등-보복-협상-타협이란 사이클이 반복되고 그게 글로벌 경제,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대내적으로는 산업 전반적으로 경쟁력 약화가 걱정된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조정 및 각종 규제로 인해 비용은 상승하고 있지만, 노동개혁 등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생산성과 효율성은 오르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분야 등 신성장 동력 발굴에서 경쟁국에 뒤지고 있고 유망 스타트업인 ‘유니콘 기업’도 들리지 않는다.

인구도 감소하고 2%대의 저성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돌파구는 어디에 있을까? 결국 우리의 활로는 80조 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시장에 있다고 봐야 하겠다.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은 매우 힘들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기존 경제 대국들의 ‘자국 우선주의’ 전략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미국 내 일자리와 성장을 위해 통상의 칼로 기존의 경제파트너 국가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중국은 ‘중국몽’ 실현을 위해 일대일로 정책에 막대한 자본을 들이며 전방위로 활로를 확대하고 있다. 일본은 ‘인프라 수출전략’ 등 전천후 확장외교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 대국들의 일방적인 진출은 곳곳에서 부작용과 반발까지 나타나고 있어 우리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KOTRA 근무 시절 40여회에 걸쳐 정상의 해외 순방과 연계하여 우리기업의 해외진출 사업을 추진해 왔다. 동남아, 중동, 중남미,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순방 때마다 상대국 정상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의 눈부신 경제성장과 산업화를 높이 평가하면서 ‘한국을 배우고 싶다‘는 진정 어린 요청을 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보아 왔다.

대장금에서 방탄소년단으로 이어지는 한류 열풍에 따라 ’문화강국 한국‘이 세계인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 여기에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기존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프리미엄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 셋을 합하면 이른 바 ’코리아=글로벌 포용국가‘라는 국가 브랜드가 탄생한다.

많은 중진국과 개발도상국들은 미국, 중국, 일본 등 경제대국을 경계한다. 자칫 경제적으로 종속 신세가 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포용국가’인 한국이 이들 국가를 친구이자 파트너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런 차원에서 현 정부의 공격적인 경제 외교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다행히 이번 정부에서 신남방 및 신북방정책을 추진하면서 국가적인 지원 조직도 갖췄다. 이제는 모든 국가 역량을 결집해 글로벌 시장에 승부를 걸어야 할 때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거둔다면 올 연말에는 활짝 웃는 포동포동한 황금돼지가 우리를 향해 걸어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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