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익 칼럼] 문재인의 망원경과 현미경

2019-01-15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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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풀과 북핵 접근법은 타당한가...미래를 내다 볼 때, 현실을 직시할 때



정부는 사안을 현미경으로 봐야 할까, 망원경으로 봐야 할까. 단언하기 어렵다. ‘사안별로 조화를 이뤄야 한다’가 안전한 답일 것이다. 

당정은 정권 창출·유지가 최대 목표다. 국민 생명과 재산보호란 국가의 존립 이유와 다르다. 정부의 정책 목표를 해석하려면 두 가지를 분리해 봐야 한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 관련,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내부문건이 논란이다. 국민일보는 지난 13일 국토부가 지난해 말 만든 ‘택시-카풀 갈등 해결방안’ 문건의 존재를 보도했다. 택시업계의 반발을 조율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플랜B다. 언론을 이용해 택시업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확산하라는 지침이 담겼다. 국토부는 문건의 존재를 부정했다.

카풀은 합법적 사업이다. 27만명에 달하는 택시기사들의 반발을 감안해 정부가 사회적 대타협을 우선시하고 있다. 진척 상황을 보면, 사실상 카카오와 택시업계가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택시 업계는 대화의 장에 나오지 않았다.

정부는 혁신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의 합법적 영업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이것이 정의이다.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이해상충이다. 사회적 갈등이 원만히 해결되지 않을 때 정부는 강력한 조정자로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방관자였다.

그 사이 카카오 카풀에 반대, 분신한 택시기사가 숨졌다. 택시업계는 망자의 장례까지 무기한 연기하며 내부문건을 만든 국토부를 성토하고 있다. 불행한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기업의 합법적 영업활동을 막을 명분은 아니다. 카카오는 지난 15일 39일 만에 카풀 시범서비스를 중단했다. 

택시가족은 어림잡아 100만명. 선거에서 적어도 50만표를 좌우하는 강력한 이익집단이다. 문재인 정부의 시선이 이곳에 쏠린 이유다.

현미경으로 사안을 본 것이다. 100만 택시가족에 가려진 1000만 카풀 잠재 이용자의 숫자를 보지 못했다. 4차 산업혁명을 캐치플레이즈로 내건 정부가 혁신 서비스의 상용화에 되레 걸림돌이 됐다. 1000만 이용자는 이 사실을 알고 있다. 택시업계 반발을 해결하고 4차 산업혁명을 강력히 추진한 정부로 각인됨으로써 얻는 미래 자산을 문재인 정부는 봤어야 했다.  망원경을 썼어야 했다. 

남북 문제가 변곡점을 맞았다. 주일 미군사령부가 최근 북한을 중국·러시아와 함께 동아시아 3개 핵보유선언국가로 규정한 내용의 동영상을 만들어 공개한 사실이 14일 확인됐다. 앞서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궁극적으론 미국민의 안전이 목표”라고 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선에서 북핵 문제가 매듭지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맨해튼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회 한·미동맹 사절단과 미국 하원 의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사절단장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 북한은 미국 앞에서 어리광을 부리는데 미국이 당근을 줄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했다. 엘리엇 엥겔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민주당)은 답하지 않았다. 박 의원의 말을 무시해 버렸다. 

당근과 채찍 사이의 한·미 간 시각차는 한·미동맹을 약화시키고, 반작용으로 미·일동맹이 강화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동영상이 만들어진 곳이 주일 미군사령부란 사실에 주목했다. 문재인 정부가 김정은에 대해 채찍보다 당근에 기울자 트럼프 정부가 미·일동맹을 강화하는 쪽으로 우회로를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결과 미국이 한·미 연합훈련을 영구 폐기하고, 주한미군 철수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우려다.

망원경으로 사안을 본 결과다. 북핵 문제와 관련, 문재인 정부의 운전대론은 정권 재창출의 핵심 전략이다. 북·미 간 종전선언 또는 평화협정에 우리 정부가 적극적 산파 역할을 했다는 평가는 진보 정권의 정체성을 각인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것이 평화로 이어져 국민의 안녕을 보장할 것이라 믿는 진정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회견에서 경제문제를 묻는 국내 기자의 질문에는 얼굴을 붉혔다. 북핵 문제를 묻는 외신기자의 질문엔 미소를 지었다. 정권 연장의 발목을 잡는 경제 문제를 북핵 문제 해결의 중재자 역할로 희석시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면 재고해야 한다. 관련 정책이 진정한 중재자 역할인지도 돌아봤으면 좋겠다.  

당정은 체제보장이 목표다. 하지만 국민이 국가에 기대하는 건 자신의 재산과 안전의 보장이다. 눈앞의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현미경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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