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 2019’는 미래 산업을 이끌어갈 기술 트렌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무대였다. 그중에서도 5세대 이동통신(5G)은 모든 신기술을 실현하는 동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5G는 4G 대비 통신속도가 최대 20배 이상 빠르고 지연속도는 거의 없는 차세대 통신기술이다. 동시에 연결할 수 있는 기기의 수는 100만대에 달할 정도로 처리 용량이 커, 모든 사물이 통신으로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기반이 된다. CES 주최 측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5G 시대와 함께 미국은 수익성이 더 높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시킬 큰 변화를 겪기 시작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CES 기조연설자 명단에 미국의 1, 2위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과 AT&T의 수장이 이름을 올리면서 5G가 불러올 사회·경제적 변화가 적지 않음을 시사했다.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는 개막 첫날인 8일 기조연설에서 “5G는 우리의 모든 것을 바꿀 것”이라며 “이는 4G보다 훨씬 큰 도약”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디어와 의료, 가상현실(VR) 등에 미칠 5G의 영향력이 막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존 도너번 AT&T CEO는 VR와 교통, 디지털 헬스케어 등에 영향을 미칠 자사의 5G 네트워크에 대해 강조했다.
국내 이동통신사 대표들 또한 현지에서 5G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는 인공지능 등 IT 분야에서 (선진국에 비해) 뒤진 부분이 많다”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인프라적 측면에서 치고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4G는 PC가 폰으로 들어왔다면 5G는 TV가 폰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라며 “한국의 K팝 등 콘텐츠에 자본이 녹아 들어가면 콘텐츠 대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사업 계획을 밝혔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도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화두는 역시 5G”라며 “미국과 중국 플랫폼 업체들이 준비하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 5G가 메가트렌드와 산업의 큰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 부회장은 이어 “안정적인 5G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그 위에 B2B, B2C 등 다이내믹한 서비스를 빨리 준비해야 하는 등 통신사업자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 스마트폰, VR 콘텐츠 등 5G 관련 제품·서비스 예고...수익 모델 찾기 분주
올해 3월 한국에서 스마트폰 기반의 5G 세계 최초 상용화가 예고되면서 국내외 주요 기업들은 5G 기반의 제품과 서비스 등을 예고하고, 새로운 사업 모델 발굴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서 5G 스마트폰 시제품을 전시했다. 이 회사는 내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이 제품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5G 시대에 이용자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 발굴에 나섰다. SK텔레콤은 SM엔터테인먼트와 VR 노래방인 ‘소셜 VR’을 전시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K팝 등 K콘텐츠에 자본이 유치되면 한국이 콘텐츠 강국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뿐만 아니라 동남아 시장에 한류의 열기를 이어가는 것이 목적이다. 또 다른 사업모델로 게임을 연계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번 CES에서 글로벌 IT기업 구글과 합작 펀드를 조성, VR 콘텐츠를 공동으로 제작하고 배포하기로 합의했다. LG유플러스는 5G 기반의 대고객 서비스가 필요했고, 구글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유튜로 거둔 성공을 5G에서도 이어가고 싶은 욕구가 있어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인텔은 600MHz 대역에서 5G로 통화하는 데 성공한 사실을 알렸으며, 5G를 적용한 차세대 노트북 플랫폼 ‘프로젝트 아테네’ 개발 소식도 소개했다. 글로벌 모바일 칩셋 제조사 퀄컴은 주요 스마트폰에 5G 칩셋이 탑재된다고 강조했다.
CTA 측은 “CES는 교통과 VR, 스포츠, 디지털 헬스케어 등의 근간이 되는 5G에 대한 생태계 전체가 모이는 유일한 전시회”라며 내년 CES에서도 5G가 전면에 등장할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