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분야에서 지금 얘기되는 기술격차라던지 일부 회사의 파일럿 차량 전시 등에 큰 의미가 있지 않다고 본다. 그것보다는 실질적으로 고객이 우리 차량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자동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 사장은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19 개막에 앞서 지난 7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호텔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자율주행 시대에 대한 섣부르고 무의미한 비전 제시보다는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기술 발전에 집중하겠다는 말이다.
올해 CES서는 완성차업체들이 ‘자율주행’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있었음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완성차 업계는 올해 CES에서 자율주행에 대한 ‘알맹이 없는 비전’만을 지속적으로 제시하기 보다는 실제 양산과정에 집중하고 자율주행 기술의 의미에 대해 다시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 완전자율주행 신중론… ‘안전’과 ‘고도화 혁신’에 방점
CES 개막을 앞둔 지난 6일 전시회에 참가하기 위해 이동중이던 휴머니이드 로봇이 거리를 운행하던 자율주행차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토파일럿 모드로 이동중이던 테슬라 모델S 차량이 러시아의 로봇회사 '프로모봇'의 V4로봇을 추돌한 것. 이는 완성차 업계가 자율주행에 대해 우려하는 상황을 함축적으로 보여줬다.
자율주행은 CES에서 지속적으로 다뤄진 비전이다. 업체별로 자율주행 기술 발전에 대한 목표는 이미 이뤄져왔다. 현재 업체별로 대부분 2단계(운전자지원) 이상의 기술들을 상용화 했으며, 3단계(일부구간에서 완전자율주행)의 자율주행 역시 기술적으로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이런 속도대로라면 운전자의 개입이 전혀 필요없는 4단계의 ‘완전 자율주행차’가 머지 않았을 것처럼 보이지만 올해 CES에서 완성차업체들은 ‘신중론’을 내세웠다.
길 프랫 토요타 TRI 사장은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도요타 가디언의 본질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증폭시키는 것. 충돌 사고로 인한 십대들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TRI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완전자율주행인 ‘쇼퍼(chauffeur)’와 사고를 막는 ‘가디언’에 집중하는 투트랙 전략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완전 자율주행인 ‘쇼퍼’는 언젠가 할 것이지만 이 시스템이 정착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며 사고도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난 1년간 토요타 가디언에 집중해왔다”고 설명했다. 완전자율주행보다는 ‘사고예방’에 중점을 둔 기술들의 고도화에 집중했다는 얘기다. 자율주행차의 사고발생 시 운전자와 자동차의 ‘책임’에 대한 법적 기준이 만들어지기에는 충분한 논의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자동차 업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그렇다고 해서 완성차 업계가 완전자율주행기술에 대한 꿈을 접은 것은 아니다. 비어만 사장은 “자율주행이 어떤 수준으로 적용될지는 국경별로, 고객별로 다르며 글로벌 지역으로 모든 지역에 적용되기까지는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현대 웨이’를 통한 자율주행 기술개발을 지속하고 있으며 명확한 로드맵도 있고 협업과 자체기술 개발을 지속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전시장에서도 센서와 인공지능(AI) 고도화를 위한 노력 등이 지속되고 있음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현대모비스는 센서 집약체인 ‘자율주행 키트’를 활용한 새로운 자율주행 시험차 ‘엠비전’을 공개했다. 키트만 옮겨 달면 차량 크기나 디자인에 제약없이 적용이 가능하고, 기술이 고도화되면 키트 업데이트를 통해 다양한 실험이 가능해진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각종 센서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빅데이터와 AI를 통한 분석으로 차량을 운전하는 자율주행의 비전은 바뀐 것이 없다”며 “자동차 업계에서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 보다는 기술 고도화나 혁신적인 방식으로 연구개발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에 집중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 자율주행 넘어 콘텐츠로 협업 확산될 듯
이와 함께 ‘자율주행 상용화’ 시대에 대비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다. 운전이 필요없는 자율주행 시대에 차량의 개념이 완전히 변화하는 만큼, 이동 공간으로서 차량의 의미에 집중하고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을 이용한 ‘콘텐츠’에 집중한 것이다.
기아차는 이번 CES의 주력 전시기술을 ‘실시간 감정반응 차량제어 시스템(R.E.A.D. 시스템)’으로 정하고 R.E.A.D. 시스템 모듈로 전시관을 채웠다. 기아차는 도슨트 프로그램에서 "자율주행이 보편화 된다면, 그래서 인간이 운전할 필요가 없어진다면 무엇이 소비될까에 대한 고민으로 전시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도 개인에게 맞춤화된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는 고객 경험 전략의 방향성 ‘스타일 셋 프리(Style Set Free)’를 이번 CES의 주제로 잡았다. 자율주행 시대에 자동차는 개인화된 디지털 공간, 움직이는 사무실, 편안한 휴식 공간 등으로 확장되며 운전자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데 역점을 두고 전시관을 구성한 것이다.
이밖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자율주행시대의 ‘콘텐츠’에 집중한 모습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글로벌 완성차 역시 VR, AR을 활용한 기술을 보였다. 벤츠는 CES에서 선보인 신형 CLA를 통해 AR 기술을 활용한 내비게이션, 자연어 인식, 운전자에게 피트니스 컨설팅을 제공하는 에너자이징 코치 등 다양한 기능을 선보였다.
아우디는 디즈니와 협업으로 눈길을 끌었다. 아우디는 디즈니와 협업해 만든 콘텐츠 ‘마블 어벤져스:로켓 레스큐 런’를 공개했다. 아우디 e-트론에 탑승한 승객은 VR 안경을 착용해 우주로 꾸며진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CES에서 자동차 업계는 자율주행 상용화 이후 고객에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자율주행 기술 뿐 아니라 콘텐츠 분야에서 다양한 협업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자동차그룹 연구개발본부장 사장은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19 개막에 앞서 지난 7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호텔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자율주행 시대에 대한 섣부르고 무의미한 비전 제시보다는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기술 발전에 집중하겠다는 말이다.
올해 CES서는 완성차업체들이 ‘자율주행’을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있었음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완성차 업계는 올해 CES에서 자율주행에 대한 ‘알맹이 없는 비전’만을 지속적으로 제시하기 보다는 실제 양산과정에 집중하고 자율주행 기술의 의미에 대해 다시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 완전자율주행 신중론… ‘안전’과 ‘고도화 혁신’에 방점
자율주행은 CES에서 지속적으로 다뤄진 비전이다. 업체별로 자율주행 기술 발전에 대한 목표는 이미 이뤄져왔다. 현재 업체별로 대부분 2단계(운전자지원) 이상의 기술들을 상용화 했으며, 3단계(일부구간에서 완전자율주행)의 자율주행 역시 기술적으로 개발을 완료한 상태다.
이런 속도대로라면 운전자의 개입이 전혀 필요없는 4단계의 ‘완전 자율주행차’가 머지 않았을 것처럼 보이지만 올해 CES에서 완성차업체들은 ‘신중론’을 내세웠다.
길 프랫 토요타 TRI 사장은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도요타 가디언의 본질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증폭시키는 것. 충돌 사고로 인한 십대들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TRI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완전자율주행인 ‘쇼퍼(chauffeur)’와 사고를 막는 ‘가디언’에 집중하는 투트랙 전략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완전 자율주행인 ‘쇼퍼’는 언젠가 할 것이지만 이 시스템이 정착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며 사고도 피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난 1년간 토요타 가디언에 집중해왔다”고 설명했다. 완전자율주행보다는 ‘사고예방’에 중점을 둔 기술들의 고도화에 집중했다는 얘기다. 자율주행차의 사고발생 시 운전자와 자동차의 ‘책임’에 대한 법적 기준이 만들어지기에는 충분한 논의와 시간이 필요한 만큼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자동차 업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그렇다고 해서 완성차 업계가 완전자율주행기술에 대한 꿈을 접은 것은 아니다. 비어만 사장은 “자율주행이 어떤 수준으로 적용될지는 국경별로, 고객별로 다르며 글로벌 지역으로 모든 지역에 적용되기까지는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현대 웨이’를 통한 자율주행 기술개발을 지속하고 있으며 명확한 로드맵도 있고 협업과 자체기술 개발을 지속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전시장에서도 센서와 인공지능(AI) 고도화를 위한 노력 등이 지속되고 있음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현대모비스는 센서 집약체인 ‘자율주행 키트’를 활용한 새로운 자율주행 시험차 ‘엠비전’을 공개했다. 키트만 옮겨 달면 차량 크기나 디자인에 제약없이 적용이 가능하고, 기술이 고도화되면 키트 업데이트를 통해 다양한 실험이 가능해진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각종 센서를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빅데이터와 AI를 통한 분석으로 차량을 운전하는 자율주행의 비전은 바뀐 것이 없다”며 “자동차 업계에서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기 보다는 기술 고도화나 혁신적인 방식으로 연구개발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에 집중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 자율주행 넘어 콘텐츠로 협업 확산될 듯
이와 함께 ‘자율주행 상용화’ 시대에 대비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다. 운전이 필요없는 자율주행 시대에 차량의 개념이 완전히 변화하는 만큼, 이동 공간으로서 차량의 의미에 집중하고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을 이용한 ‘콘텐츠’에 집중한 것이다.
기아차는 이번 CES의 주력 전시기술을 ‘실시간 감정반응 차량제어 시스템(R.E.A.D. 시스템)’으로 정하고 R.E.A.D. 시스템 모듈로 전시관을 채웠다. 기아차는 도슨트 프로그램에서 "자율주행이 보편화 된다면, 그래서 인간이 운전할 필요가 없어진다면 무엇이 소비될까에 대한 고민으로 전시관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도 개인에게 맞춤화된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는 고객 경험 전략의 방향성 ‘스타일 셋 프리(Style Set Free)’를 이번 CES의 주제로 잡았다. 자율주행 시대에 자동차는 개인화된 디지털 공간, 움직이는 사무실, 편안한 휴식 공간 등으로 확장되며 운전자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데 역점을 두고 전시관을 구성한 것이다.
이밖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도 자율주행시대의 ‘콘텐츠’에 집중한 모습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글로벌 완성차 역시 VR, AR을 활용한 기술을 보였다. 벤츠는 CES에서 선보인 신형 CLA를 통해 AR 기술을 활용한 내비게이션, 자연어 인식, 운전자에게 피트니스 컨설팅을 제공하는 에너자이징 코치 등 다양한 기능을 선보였다.
아우디는 디즈니와 협업으로 눈길을 끌었다. 아우디는 디즈니와 협업해 만든 콘텐츠 ‘마블 어벤져스:로켓 레스큐 런’를 공개했다. 아우디 e-트론에 탑승한 승객은 VR 안경을 착용해 우주로 꾸며진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CES에서 자동차 업계는 자율주행 상용화 이후 고객에 제공할 수 있는 콘텐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자율주행 기술 뿐 아니라 콘텐츠 분야에서 다양한 협업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