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방중 마치고 귀국…대미 지렛대 확보한 북·중

2019-01-0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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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4일·8시간 대화, 첫 회담때와 판박이

북미회담 안전판, 대미 협상카드 맞바꿔

북·중 밀착 지켜본 美, 향후 대응 전략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태운 특별열차가 9일 베이징역을 벗어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박 2일간의 베이징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에 밀착하는 북한 특유의 줄타기 외교가 펼쳐졌다.
중국도 여전한 대북 영향력을 과시하며 미국과의 무역 협상 과정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은 9일 베이징 시내 고급 호텔인 북경반점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오찬을 마친 뒤 베이징역에서 전용열차를 타고 귀국길에 올랐다.

오찬 전에는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 내 전통 제약회사 동인당(同仁堂)의 공장을 시찰했다.

북·중 접경인 랴오닝성 단둥까지 오고가는 시간을 포함하면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3박 4일간 중국 경내에 머무는 셈이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형식과 의미 측면에서 지난해 3월 이뤄진 첫 정상회담 때와 유사하다.

당시에도 김 위원장은 열차편으로 중국을 방문해 3박 4일 동안 체류하다가 돌아갔다.

베이징에서 만 하루를 머물며 인민대회당에서 시 주석과 회담을 하고 환영 만찬을 즐긴 뒤 이튿날 다시 만나 오찬을 한 것까지 동일하다.

방중 기간 중 양국 정상이 대화를 나눈 시간도 정상회담과 만찬, 오찬 등을 합쳐 공히 8시간 안팎이다.

지난해 3월은 북·미 대화가 본격화하고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이 제기되던 때다.

급격한 정세 변화에 김 위원장은 믿을 만한 뒷배가 필요했다. 7년의 냉각기를 깨고 시 주석에게 손을 내민 이유였다.

중국도 '차이나 패싱' 논란을 불식하고 한반도 내 조율자 지위를 유지하고자 했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시진후이(習金會·시진핑과 김정은 회담)'가 성사됐다.

이후 5월과 6월에 2·3차 북·중 정상회담이 추가로 열린 뒤 7개월여가 흘러 두 정상이 다시 만났다.

김 위원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고, 시 주석은 집권 2기의 성패가 달린 미·중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이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북·미 담판이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안전판이 필요한 상황이다.

유엔의 대북 제재를 정면으로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중국의 경제적 지원도 절실하다.

오는 3월 초까지 90일 시한으로 미국과 무역 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북·중 우호 관계를 과시하는 식으로 대미 지렛대를 확보할 수 있다.

미국 측 협상 대표단이 베이징을 방문한 시점에 김 위원장의 방중이 이뤄지고, 평양을 출발한 특별열차가 중국 국경을 넘자마자 김 위원장의 방중 소식이 신속히 발표된 것도 중국이 미리 준비한 포석으로 보인다.

7~8일로 예정됐던 미·중 무역 협상이 하루 더 연장되면서 미국 대표단은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과 같은 날 귀국하게 됐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북·중 수교 70주년인 올해 초부터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밀착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미국을 의식한 행보"라며 "북·미 정상회담과 미·중 무역 협상에 동시 대응 중인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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