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학계에 영미철학을 전파한 선구자, 故 박희성 고려대 철학과 명예교수의 유지에 따라 설립된 (재)격암문화재단을 고려대가 위임받아 운영한다.
고려대는 지난 7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 본관에서 격암문화재단 위임식을 열고 재단이 보유한 격암기념관·3억7000만 원 상당의 예수금과 함께 재단 운영 권리를 위임받았다고 이날 밝혔다.
격암문화재단은 1999년 설립됐다. 재단의 이름인 격암(格巖)은 박 명예교수의 호로 명명. 재단 이사진들은 지난 20여 년 동안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을 위해 노력해왔고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재단은 고려대 학생들에게도 지금까지 2억7000만원 상당의 장학금을 기부해왔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격암 박희성 교수님의 귀한 유지에 따라 설립된 재단 운영권을 고려대에 위임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고려대는 격암문화재단의 설립목적인 장학 및 학술 사업에 위배되지 않도록 충실히 운영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유병현 고려대 대외협력처장 겸 기금기획본부장은 "박 교수님의 뜻을 따른 후학들이 박 교수님이 남겨주신 유산을 바탕으로 재단을 운영하며 건물을 세우고 관리하며 많은 학생을 후원해왔다"며 "고려대를 믿고 맡겨주신 만큼 그 소중한 뜻에 따라 투명하게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명예교수는 미시간대학 대학원에서 1937년 '주관주의와 직관' 이라는 논문으로 당시로서는 희귀한 미국의 철학박사 학위를 받고 고려대에서 정년 후까지도 철학을 강의, 영미철학을 우리 철학계에 전파했다. 남다른 애국애족의 정신을 가지고 평생 민족문제에 대하여 탐구한 그는 함흥 영생중학교 재학 중 3·1독립운동에 참가했으며, 그의 유고에는 민족의 불멸에 대한 강한 민족주의 의식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