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친서 외교 효과"…2차 북ㆍ미회담 급물살

2019-01-0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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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로 신뢰 얻어" …NYT "독특한 펜팔 협상의 핵심 역할"

[사진=AP/연합]


북한과 미국의 친서 외교가 다시 가동됐다. 지난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날 준비가 됐다고 언급한 뒤 교착상태에 놓였던 북·미 대화가 풀려가는 모양새다. 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이어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차회담을 비롯 양국의 비핵화협상 고비마다 해결사 역할을 했던 친서가 이번에도 양국 정상을 협상 테이블에 앉힐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고비마다 등장한 친서…"김정은 편지로 신뢰 얻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나는 방금 김정은으로부터 훌륭한 편지(great letter)를 받았다"고 언급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이 편지를 본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3장짜리 편지를 카메라 앞에서 흔들어보였다고 외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북한과 많은 진전을 이뤄냈고 김정은과 우리는 정말 아주 좋은 관계를 만들었으며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2차 회담에 대해서도 "머지않은(not-too-distant) 미래"에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친서는 북핵을 둘러싼 미국의 협상 과정에서 여러 차례 등장했다. 지난해 6월 1차 북·미정상회담이 취소될 위기에서도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는 회담을 되살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 7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이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올 당시에도 김정은의 친서가 나왔다. 당시 북·미관계에 진척이 없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친서를 트위터에 공개했다. 편지에 대통령 각하(Your Exellency)라는 공손한 표현이 여러 차례 사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9월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친서에 대해 '아름다운 편지들'이라면서 김 위원장과 사랑에 빠졌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친서 교환에 대해 '희한한 펜팔 관계'라고 비꼬면서 "북한 독재자인 김정은의 친서를 과시하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쓰는 전법(parlor trick)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NYT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김정은의 친서는 북한의 핵문제를 둘러싼 민감한 외교적 협상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이라면서 "김 위원장은 이를 통해 트럼프와의 긴밀한 관계를 구축했으며, 협상에서 대통령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 협상을 주관하는 폼페이오 장관마저도 배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협상의 관점에서 보자면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신뢰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 대한 칭찬을 멈추지 않은 것은 친서가 효과를 거뒀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NYT는 지적했다. 

신문은 심지어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밀감을 표현하며 섬세하게 편지를 쓰는 방법을 지도했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 긍정 평가에도 '속도 조절'…NYT "김정은 편지로 신뢰 구축" 

2차 정상회담에 대해 언급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의 협상에 조급해하지 않는다고 다시 강조했다. 그는 '속도'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면서 수십년간 북한과 미국이 적대 상태였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정부가 들어섰다면 지금 아시아에서는 "멋지고 크고 거대한(nice big fat) 전쟁"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그렇지만 지금 우리는 잘 지내고 있다. 나는 전혀 서두르지 않으며,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면서 북한의 도발이 멈춘 현재 상태를 자신의 공으로 돌렸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한 긍정적 평가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언급한 미국 공영 TV방송 PBS의 '뉴스 아워'를 재거론했다. 당시 빅터 차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석좌 등 방송에 출연한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 내용에 대해 북한이 비핵화 및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김정은의 연설을 잘 분석했다"면서 "그는 정말로 (우리와) 함께하고 싶어하고, 비핵화를 하려고 하고 있으며, 많은 좋은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해 북한의 경제발전을 시작하길 원하고, 많은 성공을 이뤄 돈을 벌길 원한다고 평가했다.

이는 김 위원장의 '새로운 길' 발언에 대해 미국에 대한 경고라고 평가한 많은 외신들의 평가와는 상반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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