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아주人 만나다] 박헌준 프리드라이프 회장 “대한민국 상조 서비스, 세계 경쟁력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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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연속 흑자경영, 호텔식 장례문화공간 ‘쉴낙원’ 완성

상조서비스 바로 알리기 앞장, “수출 가능성 충분”

협회 필요성 동감, ”고행길 마다할 명분 없어”

상조업계 최초로 7년 연속 흑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박헌준 프리드라이프 회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고객 최우선주의’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소형업체를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될 2019년이 밝았지만, 독보적인 재무건전성을 앞세워 업계가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호텔식 장례문화공간 ‘쉴낙원’으로 국내를 넘어 해외 진출까지 꿈꾸고 있는 박 회장을 최근 서울 영등포 프리드라이프 본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박헌준 프리드라이프 회장은 1월 24일 이후 자본금 15억원을 맞추지 못한 부실 업체가 퇴출되면 상조업계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업계의 자정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프리드라이프]


- 2019년 1월은 자본금 15억원 증액 기한이다. 소형 상조업체 퇴출과 업계 구조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혼란이 많지 않겠나.

“바람 앞에 등불이지만,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부실 업체의 영업환경이 악화되고,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면서 업계 전체가 부도덕하게 비춰졌다. 아픔의 과정을 겪어야 새로운 산업군을 이루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산업이 된다. 이전에는 법인 개념도 없었지만, 이런 과정 거치고 나면 업계가 정화되고, 나중에는 낙오자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머지 살아남은 업체들은 자정 노력을 해야 한다. 이후에는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산업이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있다. 프리드라이프는 업계를 대표하는 회사로서 상조서비스를 바로 알리는데 앞장 서겠다.”


- 프리드라이프가 전사적으로 추진하던 쉴낙원 건설을 17년 만에 완성했다. 쉴낙원 론칭 이전과 이후, 많은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쉴낙원은 17년 전 창업할 때부터 결심한 프로젝트다.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문화 만드는 것이 우리 목표였고, 직원들에게 공동 목표를 강조해왔다. 지금까지 장례 문화는 혐오 문화이거나 어둡고 슬픈 문화였다. 상조업은 모두가 하기 싫어하는 일이었고 낙인 찍혀왔지만, 이제는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려고 한다.

쉴낙원을 찾아온 분들의 첫인사는 ‘여기가 장례식장 맞습니까’였다. 드라마와 영화 제작사에서 촬영 요청도 많이 들어온다. 장례식장이 문화시설, 편의시설로 환영받을 수 있다.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갈 때는 다 똑같다. 이제는 서민도 궁전 같은 장례식장에서 고인을 떠나 보내는 거다.  앞으로 서울, 경기 지역에 쉴낙원 50개 건설이 목표다. 쉴낙원이 퍼져가면서 새로운 장례문화를 국민들이 접하고, 인식도 바뀌리라 확신한다.”


- 국내 경제가 위기다. 수출도 흔들거리고 있다. 상조업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보나

“상조 서비스도 수출할 수 있다. 언제까지 제조업만 바라볼 거냐. 프리드는 2008년도에 중국에 진출했지만, 1년 6개월 만에 철수했다. 때가 아니었다. 문화가 다를 뿐이지 장례는 다 치른다. 중국 대륙이 좋지만, 우리 기업이 살아남기 힘든 구조다. 대안으로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를 보고 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시스템과 전문 인력서비스로 빠른 성장을 이룬 대한민국 상조 시장의 저력은 해외에서도 통한다고 본다.

미국의 코퍼레이션 인터내셔널(Service Corporation International·SCI)이라는 다국적기업이 있다. 장례식장만 3000개, 직원은 2만 명이다. 프리드는 그렇게 되라는 법이 왜 없나. 먼저 쉴낙원을 20~30개 지은 뒤 대한민국 장례문화를 세계 최대 문화로 만들어보려고 한다. 나 혼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뜻이 맞고, 같이 갈 사람이 있다면 함께 할 생각이다.”
 

박 회장은 상조업계를 대변할 수 있는 협회 설립에 동의했다. 방향성을 잡아야 하는 초대 협회장직은 희생하는 자리임을 강조하면서, 만장일치로 (본인에게) 희생을 강요한다면 마다할 명분을 찾지 못했다고 여운을 남겼다. [사진=프리드라이프]


- 올해가 상조협회 설립 적기라는 이야기가 많다. 또, 협회가 만들어졌을 때 초대 협회장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것도 사실이다. 협회 설립에 어떤 입장인가.

“협회는 만들어져야 한다. 협회가 생겨서 상조업계를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 협회장에 대해 이야기하면, 나는 맡을 생각이 없다. 나이나 건강도 있고, 사회공헌도 해야 한다. 물질적으로, 정신적으로 도와주겠다는 의사도 지속해서 표명해 왔다.

다만, 대한민국 선진 장례문화를 만들겠다고 외쳐왔는데, 협회장을 맡아서 하면 더 빨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희생을 안 하려고 하느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업계 구조조정이 다가왔다. 이 시기가 지날 때까지 거부만 하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생각을 한다. 지금도 다른 누군가 (협회장을) 해줬으면 하지만, 만약 모든 사람이 만장일치로 희생을 강요한다면, 글쎄... 마다할 명분을 아직 찾지 못했다.”


- 상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면.

“선수금을 부채로 인식하지 않는 회계법을 만드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적어도 보험회사 수준으로라도 선수금을 부채로 잡지 않는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 상조업계에서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영업이익을 낼 수 있게 해야 한다. 장례업은 중소기업 어디에도 없다. (장례라는) 그 길은 반드시 가야 하는데. 나와 관계없는 것처럼 외면하면 안 된다. 이제는 상조업을 들여다봐서 하나의 산업군으로 자리 잡게 육성‧발전해야 한다. 그래야 내 부모 가족 가야 하는 길, 아름다운 이별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다.”

◆대담한 후기
양치기 소년 다윗이 괴력의 거인 골리앗과 싸워 이긴다는 ‘다윗과 골리앗’ 전투는 르네상스 이후 서구 예술가들의 단골 주제로 등장할 만큼 유명하다. 다윗은 ‘내가 상대방보다 덩치가 작아서 불리하다’고 생각하기 보다 ‘덩치가 작은만큼, 발빠른 순발력을 동원하면 내가 이길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으로 골리앗을 쓰러뜨렸다. 3000년전 다윗의 전설이 지금까지 수많은 예술작품과 영화로 재탄생한 것은 불가능한 일을 극복한 기적과도 같은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 역사에선 불과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선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꼽을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은 물살이 센 울돌목을 활용해 왜군을 깊숙이 끌고 들어와 수적 열세를 극복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다윗이 골리앗과 정면승부를 했거나 이순신장군이 왜선 한가운데로 돌진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상상하는 그대로 일 것이다.

최근 정부는 상조업계에 다윗과 이순신을 원하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 이라는 불리한 환경에서도 자립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라고 윽박지른다. 온갖 족쇄를 알아서 풀어 국내 영토를 지키고 사업을 영위하라고 한다.

상조업은 할부거래법 규제 강화 등 금융업이 아닌 재화를 판매하는 업종 중에서 훨씬 많은 규제와 감독을 받고 있다. 특히 보험과 같은 산업법이 없어 상조업의 발전과 육성에 구조적으로 한계를 갖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업자들은 규제 당국의 칼날 아래 스스로 검열하며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박헌준(65) 프리드라이프 회장은 이런 기류에 강한 우려를 표시하면서도 "장례 문화를 아름다운 이별 문화로 바꿔가는 일,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할 일이 하늘이 내게 주어진 직분"이라며 끊임없는 혁신으로 업계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자서전격인 저서 '죽음을 삼킨 승부사'를 보면 추천사에서 정운찬 KBO총재(전 서울대 총장)은 "첫 만남에 (박 회장의) 상조업에 대한 남다른 애착에서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술회했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금란지교와 같은 우정을 유지하고 있다.

영웅은 난세에 태어난다고 한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과를 이뤄내야 영웅으로 불릴 자격이 있다고 치켜세운다. 그렇다고 상조 기업 모두가 프리드라이프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 상황이라면 대부분은 영웅 근처에도 못 가보고 사라질 수도 있다. 기업 활동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 집권 3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과제다.

대담=김진오 성장기업부장
정리=신보훈 기자 bbang@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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