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백의 新경세유표-4] 국회의원 임기 2년 개헌의 장점 열 가지

2018-12-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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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사 적시 반영, 부패 억제, 대통령 재임기간과의 '균형' 등 장점 수두룩

[강효백 경희대학교 법학과 교수]

"백성이 스스로 입법할 권리가 있다(民自權立法)."
-정약용,<신포의>

"애국자란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는 주의와 제도를 연구∙실천하려고 머리를 쓰는 사람이다."
-김구, <백범일지>

"기저귀와 정치인은 자주 바꿔야 한다."
-마크 트웨인, <왕자와 거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1월 ‘2018 국가사회기관 신뢰도’를 조사한 결과, 1등은 대통령, 꼴찌는 또 국회(1.8%)가 차지했다. 한국사회과학자료원이 2003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실시하는 한국종합사회조사에서 16년째 단 한번도 꼴찌를 내주지 않는 굴욕의 흑역사를 써오는 등 국회는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십 수년째 국민 신뢰도가 가장 낮은 기관으로 꼽혀왔다.

그러는 동안 국회는 “뼈를 깎는 혁신을 하지 않으면 국민으로부터 버림을 받는다”며 십 수년 째 국회개혁 작업을 추진해 왔다. 다만 말과 시늉으로만.

아무런 구속력 없는 국회혁신자문위원회 등을 만들어 '내부자인 듯 외부자인 듯'한 인사로 충원해 탁상공론, 공리공담, 갑론을박을 일삼는가하면, 공허한 의식개혁·정신개혁을 부르짖다가 급기야 국민 모두의 책임이라는 유체이탈화법을 남발해왔다. 어쩌다가 간혹 개선방안이라고 내놓은 것도 대부분 눈 가리고 아웅식의 미봉책들, 아니면 알고 보면 실효성 하나 없는 허깨비 대책들이다.

그러는 동안 국민들은 하나같이 선거 전후가 너무 다른 국회의원 개개인에 대한 배신감과 실망감에 분노로 치를 떨고 있다. 하지만 고깃집에서 불판을 갈지 않고서 탄 고기만 탓하면 무슨 소용인가? 문제의 근원은 특정 국회의원 개개인보다도 국회 제도 자체에 있다. 국회 제도가 좋으면 '저질' 국회의원은 출현할 수 없고, 출현하더라도 오래 존재할 수 없는 법이다.

세상을 바꾸고 싶은가? 그러면 우선 제도를 개혁하라!

필자는 국회의원 최저임금제 봉사직화와 임기 2년 개헌이 국회개혁의 필수불가결 요건이라 판단한다. 전번에 전반부는 다루었으니 이번에 후반부, 국회의원 임기 2년 개헌을 해야 할 이유와 그 장점 열 가지를 들겠다.

첫째, 가변성과 시의성이 큰 국민의 의사를 적시에 반영할 수 있다.  대통령은 중장기 국가 전략사업계획의 수립과 그 실행을 위해 안정적 국정운영에 필요한만큼 비교적 긴 임기가 부여돼야 한다. 반면 항상 변화하는 민의를 살피고 그 민의에 부합하도록 노력하고 평가 받아야 하는 국회의원의 임기는 2년이면 필요충분하다. 성패의 관건이 변화 속도인 현대사회에서는 누가 빨리 민심의 변화를 읽을 수 있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임기 2년 동안 오히려 임기 4년보다 두배 이상 그 시대 상황에 적합한 사회적 과제를 적시에 수행할 수 있다.

둘째, 국민의 평가를 자주 받게 해 국회의원 부패와 토호화를 억제한다. 기저귀와 정치인은 자주 갈아 줘야 한다. 미국과 중국, 세계 주요2개국(G2)가 시행중인 좋은 제도 하나씩만 들자면 미국엔 2년마다 하원 전원, 상원 3분의 1을 갈아주는 중간선거제도가 있고,  중국엔 부패고위공직자를 극형으로 솎아내는 초강력 부패제어시스템 중기위와 감찰위원회제도가 존재한다.

현행 국회의원 임기 4년은 마치 대학생이 입학 후 졸업 때까지 4년간 단 한번도 시험도 치루지 않고 놀고먹느라 피로감을 느끼는 것처럼 타락하기 딱 좋은 불량제도다. 또, 4년이란 긴 세월은 생업에 바쁜 국민들의 기억력을 희미하게 만드는 너무 긴 임기다. 평소에 민의와 괴리되는 언행을 자행하다가도 선거 몇 주 전에만 허리를 90도로 굽히고 시장바닥을 돌아다니며 사람행세를 하면 '다 잊고 또 찍어주겠지'라는 고약한 심보를 갖기 쉽게 한다.

셋째, 현 국회임기 세계 최장 수준의 임기를 적정화한다. 한국 국회의원은 임기 4년이지만 연임 제한이 없기에 종신까지 재직 가능해 국회의원 재직 가능기간으로 따지면 세계 최장 수준이다. 반면 멕시코 하원의원은 3년 단임, 상원의원 6년 단임이다. 미국 하원과 러시아 상원임기는 각각 2년, 필리핀 하원 3년, 뉴질랜드와 엘살바도르, 나우루, 부탄, 통가(이상 단원제국가)의 의원 임기는 3년이다. 비록 임기가 4년이라도 총리에 의해 언제 해산될 줄 모르는 일본·이탈리아 등 세계 62개 내각제 국가는 물론, 대통령에 의회 해산권을 부여한 러시아·우크라이나 등 세계 30여개 대통령 우위제 국가,  프랑스·터키 등 세계 7개 이원집정부제 국가에 비해서도 한국의 현 국회의원 임기 4년은 압도적으로 길다.

넷째, 국회의원을 깨어있게 만든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위정자의 재임기간과 업적은 비례하지 않는다. 오히려 빠듯한 시간이 직무 집중도와 성취도를 높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임기를 2년으로 단축하면 단 시간에 집중적으로 많을 일을 하게 할 수 있다. 역대 국회의원 재보선 상황을 보면 임기 2년은 전혀 짧지 않다. 임기 1~2년 남은 역대 국회의원 재보선 경쟁률은 오히려 4년 임기 총선 시의 그것보다 높다. 멀리 갈 것까지 없다. 지난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국회의원 재선거는 잔여임기가 2년 남은 재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출마 희망자들이 몰려 20대 총선(3.73대 1)보다 높은 3.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잔여임기가 1년 남은 2015년 국회의원 재보선 경쟁률은 무려 4.75대 1이었다(19대 총선 경쟁률 3.66대 1). 이에 비추어 보아 내년 4월 잔여 임기 1년 남은 재보선 경쟁률도 하늘을 찌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재보선 출마자들이 잔여 임기 1~2년내에 달성하겠다고 내건 공약들은 4년 임기 총선 출마자들의 그것에 비해 오히려 알차다.

다섯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꼴찌에서 두 번째인 한국 국회의원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재임기간이 길면 길수록, 선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국회의원의 경쟁력은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20대 국회의원 중 8선 1명, 7선 1명, 6선 5명, 5선 9명, 4선 31명으로 4선 이상 다선의원 47명, 5선 이상 다선의원이 16명이나 된다. 이들은 강산이 두 번이나 바뀌는 장구한 세월동안 국회의원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입법성과를 내었던가? 이들 대다수는 국민의 피를 빨면서 국회의 존재 이유인 입법은 게을리 하고 각종 이권 개입과 악행을 일삼는 특권귀족 토호가 되어 국가의 등골만 파먹고 있지는 않은가? 참고로 5선 이상 의원들의 20대 국회 1차년도 본회의 통과 대표발의 건수는 0.38건에 불과해 거의 개점휴업 직무유기 상태다.

여섯째, 잘못 선출된 국회의원으로 받는 고통의 시간이 단축되고 비용이 절감된다. 혹자는 잦은 선거로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을 내세우는데, 이는 한마디로 장기군사독재 시절의 궤변이다. 선거 비용을 절약하려면 차라리 종신제나 세습제를 하는 게 좋지 않은가? 박정희 정권은 선거비용을 핑계 삼아 4년 직선제를 6년 체육관 간선제로 개악해 사실상 종신 대통령에 등극하는 유신독재를 감행했다. 덤으로 국회의원 임기도 4년에서 6년으로 늘려 준 바 있다.

일곱째, 대통령의 재임가능 기간과의 불균형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우리나라 선출직 공직자 중 5년 단임제 대통령의 재임가능 기간이 제일 짧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두 번째로 짧은 대통령 임기다. 참고로 온두라스 대통령 임기가 4년 단임제로 가장 짧다다.

반면 상술한 바와 같이 연임 제한이 없는 국회의원 재직 가능 기간은 무제한으로 종신이다. 국회 임기를 2년으로 단축하면 십수년간 세계최고 수준의 특권과 세비를 누리는 '현대판 특권 토호귀족'이 되어 5년 단임 대통령을 능멸하는 적반하장 난장판 상황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덟째, 중간평가가 가능하다. 대부분 대학에서 3~4개월 짧은 기간으로 이뤄진 한 학기에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라는 시험을 두 차례 치루는 까닭 중 하나는 느슨해지기 쉬운 학생들의 학업 긴장도를 유지시키고 중간평가를 가능하게 하기 위함이다. 대통령 임기를 4년 1회한 연임제로 개헌하고 국회의원 임기를 2년으로 개헌하면 입법부와 행정부의 직무수행의 집중력 강화와 함께 국정에 대한 중간평가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아홉째, 인적 쇄신과 신진 수혈의 주기를 단축해 구태정치를 청산하게 할 수 있다. 고인물은 썩게 마련이고 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돌리지 못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새로운 시대정신, 새로운 상상, 새로운 사고를 요구한다. 제아무리 참신한 국회의원이라도 임기 4년 무제한 연임가의 현행 제도하에서는 세월이 지나면서 구태정치의 주연이거나 앞잡이가 되기 마련이다. 새로운 정치엘리트의 수혈주기를 2년으로 단축하면 이권개입 세력과의 유착 기간을 반감시키고 결국 국회의원의 일탈과 부패 위험도도 반감시킬 수 있지 않을까.

끝으로, 법제의 생명은 형평성과 합리성이다. 국회의원 임기를 2년으로 줄이는 개헌과 아울러 국회의원의 불필요한 각종 특권을 박탈하고 세비를 최저임금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또 입법실적에 따라 성과급으로 전환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얼핏 보면 그럴싸하지만 실효성 없는 국민소환제 대신, 핀란드·스위스·스웨덴처럼 국회의원을 무노동·무임금, 또는 최저임금제 봉사직화하고, 출석률과 입법 실적이 저조한 국회의원은 자동 퇴출하도록 국회법 등 관련법제 개혁을 제안한다.

더 나아가 대통령과 지방 자치단체장 임기 4년 연임제(통산 8년)로,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 의원 임기 2년 4선한(통산 8년)으로 개헌을 검토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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